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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지용 Oct 22. 2024

한강 작가가 여자 김기덕이다?

불편하다는 공통점을 빼고, 차이점을 말해볼게요

한강 작가의 작품을 두고, '여자 김기덕이다'는 평이 많이 보인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고, 나도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작품의 기괴함만 놓고 보면 그렇게 생각해도 될거 같다. 하지만 지향점을 놓고 보면 그 둘은 완벽하게 반대편에 서있다.


김기덕은 호불호도 강하고 국내외 평가도 서로 상반된 작가다. 외국엔 호평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그닥?


나는 나름 다른 한국인들과 다르다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내가 김기덕을 좋아하게 될줄 알았다. 하지만 나쁜남자, 해안선 두 작품을 보고 김기덕을 정말 싫어하게 됐다.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김기덕 작품의 특징은 인간의 자유가 짓밟히는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부분이 이런 상황을 아름답게 묘사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멀쩡한 여자가 조폭한테 잘못 걸려서 창녀로 전락하는데 그걸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걸 행복하게 느끼는 장면이 나오고 그게 또 평화롭고 아름답게 묘사된다. 이게 김기덕이다.


상식적이지 않은 기괴한 장면에서 나는 구역질만 나올 뿐인데, 어쨌든 현실반영은 탁월하다. 그리고 그런 장면에 서구권에서는 박수갈채를 날린다. 


여자 성노예 만드는거 박수갈채보내는게 맞나? 근데 유럽 심사위원들은 지들 손에 똥묻히긴 싫으니 '동양적 감성' 이러면서 지네들은 안 그런척 하는거지. 오리엔탈리즘의 극치다.


반면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기괴하고 불쾌한 묘사는 나올지언정 등장인물이 추구하는 방향은 바로 '자유'다. 


주인공의 채식으로 가족들이 불행해지고 본인도 죽어가지만 본인의 채식에 대한 주장만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


나는 서구인들이 한강 작가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데에서, 김기덕에게 주어지는 상을 보며 느끼는 구역감과 분노 같은 것은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한강작가가 동양인이어서 안도하는 듯한 느낌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동양에 대한, 한국에 대한 타자화는 어느정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의 페미니즘과, 정치적 민주화나 특히 '에코' 페미니즘으로 두드러지는 한강 작가를 선정한데에는, 서구인을 데려오기에는 어려운 '미지의' 존재로서 한국을 소비한것 아닌가 싶은 부분이 있었다.


한강작가와 김기덕감독이 서구인이 아니어서 타자화를 통해 더 주목받을 수 있는 부분이 있었음은, 공통분모 였다는 뜻이다.

(물론 그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는 이유가 역겨웠음과 순수했다는 차이와 비교하면 굉장히 작은 부분이지만)


다시 요약하면, 

작품 보면서 불편한건 둘이 비슷하지만 그들이 지향하는 가치관에 있어서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론가들한테 한강이 여자 김기덕이냐고 묻는다면 아무도 동의 안 할거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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