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연휴를 맞아 휴가 2일 붙여 1주일간 미국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자친구와 다녀왔구요. 결혼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을 때 준비하기 시작한 미국 여행인데요, 이후 결혼도 확정되고 식도 얼마 안 남아 신혼여행? 비스무레 하게 진행되었습니다.
결혼 2달 전에 가는 여행이라 사실 신혼여행은 아니긴 한데, 여자친구 피셜로는 이게 신혼여행이라고 합니다. 여자친구가 본인 업장이 있다보니 결혼식 끝나고 자리를 또 비우기 어렵다는게 그 이유입니다 ..
결혼식 하고 신혼여행 따로 안 갈거니까 결혼 전에 가는 이번 여행이 신혼여행이다. 여자친구가 그렇게 퉁 치자고해서 .. 그렇게 됐습니다. 신혼여행이면 항공권을 이코노미에서 비지니스로 바꾸자고 말했는데 그건 또 안 된다고 그러네요 ; 보통 신혼여행이면 비행기는 비지니스로 가지 않나요? 여튼 그래서 신혼여행인데도 이코노미로 갔다왔습니다.
뉴욕 첫날 저녁식사는, 예약해둔 Smith & Wollensky 레스토랑으로 갔습니다. 워런버핏이 경매로 내놓은 점심식사를 이 곳에서 한거로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입니다. 뉴욕에 가면 스테이크를 꼭 먹어야한다고 들었는데, 남들 다 가는 '3대 스테이크집' 가는거는 싫고해서 딴데 알아보다가 결정하게 됐네요.
한국인들 많이 안 오는 식당인줄 알았는데, 동양인들이 돈에 관심이 많은건지 식당에는 생각보다 동양인이 많습니다. 한국인들도 꽤나 있고요. "동양인들만 안 좋은 자리에 몰아놓은거 아냐?" 라고 잠깐 생각했는데 기우였습니다. 8인석 두 자리 중 주방 바로 옆의 밝고 번잡한 장소에는 백인 가족이, 어둑어둑 아늑하고 분위기 좋은 자리에는 동양인 가족이 앉은걸 보고 미국은 유럽이랑 비교하면 진짜 인종차별이 없는 동네구나 싶어 걱정이 말끔히 날아갔습니다.
예약 요구사항에 당당히 적어놓은 " Honeymoon " 덕분에 샴페인이 서비스로 나옵니다. 미국 레스토랑 특유의 단정하고 인상 좋아보이는 영화에 나올듯한 중년 백인 아저씨 웨이터분의 결혼 축하한다는 멘트와 함께요. 그 말을 들은 뒷자리 30초반쯤 될것 같은 한국남자들 자리에서 '결혼식으로 뉴욕에 오는 사람도 있나' 라는 말이 들리는거 같습니다. (여친은 못 들었다는데 제 귀엔 들렸습니다)
저도 제 신혼여행은 동남아 몰디브 하와이 유럽 이런데로 갈줄 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하와이가 원픽이었고요. 그런데 뉴욕으로 신혼여행 오게 될줄은 정말이지 상상도 못 해봤습니다. 그것도 13시간을 이코노미로 신혼여행이라니 .. 여친은 남이사 신혼여행을 뉴욕에 오든말든 뭔 상관이냐는데 저는 공감이 되기는 하더라고요.
이번 여행이 '사실상 신혼여행'이고 결혼 후에 신혼여행 따로 안 간다니 주변에서는 다들 만류합니다. 평생 구박받을거라고요. 근데 내 의사가 아니라 여자친구 의사라고 내가 원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하니 다들 말잇못 .. (여자친구 말로는 '사실상 신혼여행'이 아니고 그냥 이게 신혼여행이니 '사실상' 이런거 붙이지 말라고)
신혼여행이라 생각하니 살인적인 뉴욕 물가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며 다닐 수 있어 좋았던거 같기도 하네요. 삶은 달걀 두 알에 8달러(1만원)도 내보고 진짜 열받기도 했었는데요. 어쩌겠습니까 평생 한 번 신혼여행이니까 비싼거도 해보고 하는거지.
뉴욕, 워싱턴D.C., 나이아가라 이렇게 3군데 다녀왔고요. 저는 뉴욕도 좋았지만 워싱턴D.C.가 특히 좋았습니다. 생각해볼 거리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미국 분들에게는 당연한 생각이겠지만 한국에서 나고자란 한국인인 저에게는 미국에 대해 눈이 확 트여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며칠만 더 길었으면 정말 좋았겠다 싶은 미국 여행, 느꼈던 부분에 대해서 두 세편 정도 글을 더 써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