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 휴직에서 돌아온 후, 그리고 앞으로에 대하여
복직 후 2개월 하고도 절반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귀국하고 나면 더 열심히 브런치에 글을 쓰겠다는 다짐과는 달리 29년을 살았던 한국에 적응하느라 내 앞가림만 겨우 하는 시간을 보냈다. 든든한 동학년과 교직 인생 중 손에 꼽는 착하고 귀여운 아이들, 제로에 가까운 업무에 유학 생활과 연륜에서 나온 여유 등 여러 요인들이 종합된 최고의 시간을 지내고 있지만, 글은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석사 논문을 끝내고 졸업을 하며 내가 다짐했던 것 중의 하나는 언젠가 박사 과정을 꼭 밟겠다는 거였다. 복직해서 다시 교직 경력을 쌓고 숨 고르기 후 다시 해외로 나가 공부를 마치고 있었다. 어제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청원휴직 규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기존 내가 근무하는 지역의 청원 휴직 규정은 재직 기간 중 2회의 유학 휴직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2020년 개정된 청원 휴직 규정에 따르면, 본 도에 근무하는 교사는 재직 기간 중 1회의 청원 휴직만 가능하다. 그러니까 나의 유학 휴직 기회는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소급 적용되는지 등등의 법리학적인 요인들을 더 따져볼 수도 있겠지만, 말 잘 듣는 교사인 내 기준에 있어서 이제 내가 해외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기회는 날아가버렸다고 봐야 한다.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내 인생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걸까.
나는 생각보다 줏대가 없어서, 이제껏 내 인생에 이렇게 살고 싶다고 하는 거창한 계획은 세우질 못했다. 늘 가까운데 놓인 선택지 중 마음에 가장 드는 것을 고르며 내가 내 인생을 끌고 가는 건지, 상황이 끌고 가는 대로 몸을 맡긴 건지 모르게 흘러왔다. 공부 좀 했던 고등학교 시기의 상황과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는 내 성향이 만나 교대로 진로를 정했고, 해외에서 공부하고 싶은 마음과 유학 휴직이 가능한 상황이 만나 2년간의 석사 과정을 해외에서 마치고 돌아왔다. 이제 석사를 했으니 당연히 박사도 해야 할 것 같은 당연한 흐름에 몸을 맡겨볼까 했더니, 그건 또 안된다고 한다. 이제 나는 완전히 길을 잃었다.
막 논문을 끝냈을 땐 대단한 일 하나 해치운 것 같았는데, 원래 자리로 돌아온 나 자신을 보니 지난 2년을 통해 남은 것은 어디 쓰기엔 다소 애매한 석사 학위와 조금 나아진 영어 실력 정도인 것 만 같아 황망하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조금 나 스스로 내 인생에 대해 고민해보려고 한다. 내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뭐가 되고 싶은 건지, 어떻게 살고 싶은 건지 조금 더 고민해보고 계획을 세워 준비해나가려고 한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하고, 진행해 나가는 것들을 브런치에 열심히 써 보려고 한다. 글이라는 게 참 신기해서, 여러 생각들이 뒤섞여있는 머릿속에서 글을 뽑아내면, 정리가 된다. 열심히 쓰고, 또 가끔은 남들의 글을 읽으며 길을 찾아가고 싶다.
또 내 글이 비슷한 고민을 가진 누군가에게는 허허벌판에 혼자 남겨진 마음에 공감하고, 다양한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