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도 "멍" 때립니다.

당신이 "멍"때리기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by 흔들의자
또 무슨 딴생각이야?


학창 시절, 수업시간이면 종종 선생님들께 듣던 꾸지람이었다. 큰 흥미가 없던 수업시간에는 창밖을 내다보며 종종 딴생각을 하거나, 멍 때리곤 했다. 버스를 타고 등하교하던 시절, 창밖으로 빠르게 변하는 풍경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 게 좋았다. 그 당시 유행하던 CD플레이어를 틀어둔 채 음악을 들으며 그저 초점 없이 밖을 내다보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귓가를 스칠때면 그 노래의 주인공 마냥 가사를 곱씹으며 쓸데없는 상상을 하곤 했다.


어디 보고 있냐? 무슨 생각해?

이러한 습관은 대학교 가서도 이어졌고, 같이 놀던 동기들도 종종 묻곤 했다. 사실 그때도 난 아무 생각이 없거나, 쓸데없는 상상을 하곤 했다. 초점 없는 눈으로 무언가를 바라보며 새로운 생각의 꼬리를 물거나,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걸 좋아했다.


불 멍, 숲 멍 등 다양한 멍 때리기 방식이 인기인 요즘이지만, 난 언제부턴가 멍 때리는 시간이 거의 없어졌다. 회사, 일, 육아, 가족 등 머릿속을 채우는 다양한 주제들로 인해 틈만 나면 이런저런 생각에 시간을 쓰기 바빴다. 무언가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멍 때리기란 일종의 사치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루 중 불과 몇 분 밖에 안 되는 시간이지만.


요새 도통 이해도 안 되고,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는, 그저 누군가를 위한 문서들을 써내려 가고 있다 보면 (대부분은 윗분들의 명분과 논리를 강화하기 위한 보고서들이다), 눈도 더 심하게 충혈되고 머리도 지끈거린다. "아.. 점심시간이라도 조금 쉬면서 다른 걸 해보자." 그렇게 휴게실 의자에 앉아 창밖을 보며 오랜만에 멍 때리기를 시도해본다.


방법은 간단하다. 초점 없는 눈으로 무엇인가를 바라보며 아무 생각 안 하기. 1, 2, 3…10초도 되기 전에 오후에 마감해야 할 보고서, 그 뒤에 정리해둬야 할 실적 자료, 이번 주 3일 연휴인데 애기들 데리고 갈만한 곳 없을까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피어오른다. 그렇게 난 나이를 먹어가며 멍 때리기 능력을 차츰 잃어가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멍 때리기를 곧 잘했었는데 이것도 나이가 들면 능력이 사라지나 싶어 슬퍼지려 한다. 그래도 다시금 마음을 가다듬고 창밖을 바라보거나 유리에 비친 전등 빛을 바라보며 멍 때리기에 돌입한다. 그리고,


몇 곡의 노래가 지났나 싶을 즈음

양희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편안한 멜로디와 가사들을 흘려들으며 다시금 생각을 비워내 본다.

점심시간 "멍" 때릴 때 창에 비친 전등 / 애플 뮤직 플레이리스트 내 큐레이션 된 곡


노래 한두 곡 정도 지나갈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멍 때리기에 성공한 모양이다. 처음 듣는 곡이었지만 마음을 끄는 멜로디와 가사에 집중하며 창밖을 바라본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점심시간마다 짬을 내 노력하다 보면, 잃어버린 멍 때리기 능력을 어느 정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또다시 오후면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가득 찰 오늘이겠지만, 그래도 의식적으로라도 생각을 비워내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아마, 오늘 퇴근길엔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탈 것 같다. 즐겨 듣는 플레이리스트와 함께라면 좀 더 잘 "멍 때리기" 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은 언제 멍 때리기를 좋아하나요.

오늘 하루는 각자가 좋아하는 시간/방식대로 생각을 비워내 보는 건 어떨까. 비워낸 그 자리에 무엇을 채울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하고 말이다.




이미지 출처 : Photo by Benjamin DeYoun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