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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원미상 Jul 14. 2023

시간이 없단 핑계

얼마 전 읽은 책 속 한 문장이 가슴에 날아들어와 꽂혔다.


'우리는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이 대명제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많은 것을 뒤로 미룰 수 있는 강력한 무기였다.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정말 시간이 없던 적도 있긴 했다. 다시 하라고 해도 못할 시절말이다.

하지만 어떤 시절을 제외하곤 시간이 아주 없던 적은 없었다. 다만 의지가 없었다.

나는 부지런한 편이지만 그와는 상반되게 의지가 약하다. 작심삼일을 밥 먹듯 반복한다. 묘하게 웃긴 건 

이 부지런함으로 작심삼일을 매번 다시 한다는 것이다. '해야지~ 꼭 해야 되나?'


러는 사이 소망하던 일들과 약속들은 저만치 미뤄져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나에겐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는 걸.


지금 이대로 뭔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 가만히 있는 것이 무기력하게 느껴질 때, 

더 이상 편안한 것이 편안하지 않을 때 변화는 필요하다.


그러던 중 아침형 인간에 대해 써진 책을 한 권 읽었다.

20대 때 특히나 많이 읽었던 책이다. 따라 해 본 적도 있다. 더 피곤했던 기억이 난다.

전에 읽었던 책도 어떤 상황에서 읽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의미를 가진다. 

그즈음 읽은 아침형 인간은 나에게 사뭇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희망찬 기운이 피어오른다고 해야 하나?

성격 급한 나는 바로 실행에 옮겨보기로 한다. 그래야 제맛이다. 


아무도 깨어있지 않은 새벽에 일어나는 것으로 나는 변화를 맞이했다.

사실 일찍 일어난다는 것이 무엇을 바꿀지는 나도 몰랐다. 뭔가 달라지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은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막연하게 그리던 일들을 하나씩 펼쳐보았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 운동, 글쓰기, 혼자만의 시간, 영어공부

모두 당장 필요한 일들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간 하고 싶다고 막연하게 희망하던 일들이다. 

그렇다고 내 일상을 당장 바꿀 수는 없다. 갑자기 나 이제부터 달라지기로 했다며

저녁시간을 나의 개인적인 시간으로 바꾸는 건 너무 이기적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랍시고 현재를 등한시할 수는 없었다.

명확한 결괏값이 없는 투자를 남편과 아이가 이해해 줄 필요도 없고 나조차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게 찾은 시간이 새벽이다.

새벽은 어차피 모두가 잠들어있는 시간이다. 물론 나도 포함이었다.

나에겐 몇십 년 동안 없던 시간이었고 그 시간 동안 뭘 해도 남는 장사거니 했다.

영어공부를 하다 말아도, 운동을 하다 말아도, 글을 쓰다 말아도 안될 게 없다.

어차피 잠이나 자던, 없었던 시간이니까.


갑자기 잠을 덜자면 피곤한 건 아닐까 생각했지만 역시나 아니었다. 

의학적으로도 6시간 정도의 수면을 권장하고 있다는 글을 봤다.  

'별 탈 없으니 권장하겠지' 생각했고 그건 사실이었다. 

나는 수면욕에 대한 집착이 강한 편이다. 아이를 낳은 2년간을 제외하곤 8시간 이상을 수면에 썼다.

못 채운 수면시간은 낮잠으로라도 채웠다. 식욕 따윈 나의 수면욕에 비할바가 아니었다. 

그렇게 집착하던 잠을 이길 수 있다면, 반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했다. 

이걸 뿌리칠 수 있게 된다면, 시작이 반인 셈이었다. 


나에게 없던 시간을 만들어낼 빈 틈이 보였다. 

나는 작심삼일을 밥 먹듯 하지만 성격이 급해 생각난 일을 미루지 않는다.


쌀쌀한 아침 그 해 겨울 시작한 미라클 모닝은 해를 넘겨 올해 여름을 맞았다. 눈부신 성과가 있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늘 가슴 깊은 곳에 맺혀있던 내 바람이었다. 

왜 이렇게 쓰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안 쓰는 건지 못쓰는 건지 한 번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사실 안 쓴 게 아니라 지지리 못쓸까 봐 안 쓴 것도 있다. 

그저 어릴 때 상장 몇 개, 어른들 칭찬 몇 번으로 그저 글 잘 쓰는 소녀로 머물러 있는 나였다.  

그 소심함을 이겨내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써보고 싶었고, 나는 지금 글을 쓰는 중이다.  


매일 영양제도 챙겨 먹는다. 저 작은 알약 따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 먹지 않았다. 

세 달쯤 먹으니 확실한 효과가 있는 걸 확인했다. 숙취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런.. 약을 끊을 수는 없을 것 같다. 숙취가 줄다니. 이것도 아주 큰 획득이었다.


아주 짧은 운동을 한다. 잠깐 하는 운동은 효과가 없겠거니 생각했으나 오산이었다.

잠깐의 운동도 효과가 있다.

잠을 덜자니 허리에 무리가 안 가고, 잠깐의 허리강화 운동으로 허리통증이 현저히 완화됐다.

몸에 열이 돈다는 게 이렇게 큰 효과가 있다.

그러고 보니 모두 잠깐의 시간만 내면 되는 것들 이였다. 생각보다 효과는 컸다.


혼자였던 날들, 나를 위한 시간은 늘 넘치고 넘쳐 그것이 나를 위한 시간이었는지도 모른 채 흘려보냈다.

인생이 빠듯해진 지금에서야 시간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시간이 없는 모든 엄마들을 이해한다. 아무리 내보려 해도 시간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절도 지난 간다. 부디 지치지 말고 혼자만의 시간을 찾아내 보길 응원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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