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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원미상 Aug 09. 2023

네일샵에서 인생을 들었다 #4

누가.. 원장이지? (feat 소금과 팥)

다행히 나는 모델을 하지 않았다.

더 다행인 건 남편분도 사진작가를 하지 않았다.


전문모델, 전문포토그래퍼,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전문 인력도 생겼다. 직원이 늘어난 셈이었다. 


원장님은 생기로 가득했고 샵은 샵대로, 쇼핑몰은 쇼핑몰대로 돌아갔다. 


직원들 식사며 재료관리, 고객관리까지 샵에 관련된 어떤 일도 원장님은 하지 않았다. 

그저 새로운 사업에 신이 난 상태였다. 그래도 그 모습이 퍽 나빠 보이지 않았으므로

나는 묵묵히 하던 일을 해나갔다. 

재고관리와 매출장부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것부터 오고 가는 손님들 관리까지 

일을 하면서도 머리는 온갖 생각들로 북적였다. 


많은 줄 알았던 월급이 적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비록 금은으로 만든 건 아니었지만 왕관의 무게를 짊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아무 생각 안 해도 되는 막내도 좋았지만 

많은 것들을 해내고 있다고 느껴지는 지금도 나쁘지 않았다. 

 



쇼핑몰이 망했다. 읭? 망했다.. 또 망했다.


이번엔 들어간 돈이 컸다. 네이버 전면에 쇼핑몰을 뛰우기 위해 홍보로도 많은 돈이 들어갔고 

프로그램 관리 제작비만도 엄청나게 들어갔다. 거기다 전문 인력까지

하지만 처참히 망해버렸다. 남은 건 빚 '억'과 너저분한 옷들 뿐이었다. 전문인력들은 손을 털고 떠나갔다. 

쇼핑몰이 만들어지고 흥 한번 해보지 못한 채 망하는 데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쓸데없이 저돌적이었던 투자 덕분에 원장님과 남편의 사이는 금이갔다.

연속된 실패 앞에 '좋았던 사이'는 힘을 잃었다. 


그럼에도 샵은 잘만 돌아갔다. 어차피 샵에는 일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원장님 덕분에 

원장님이 계시지 않아도 샵 매출엔 차이가 없었다. 원장님은 정신이 없어 보였고 생기를 잃어 가셨다. 

아무래도 남은 일들을 수습하려 바쁜 것 같았다. 

얼굴도 자주 볼 수 없었다. 아주 가끔 남아있는 황금알들을 거두러 들어왔을 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때때로 돈 달라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왕왕됐다. 

원장님은 아무도 없는지를 살피고 들어와 남의 돈 가져가듯 벌어놓은 현금을 모조리 가지고 나가곤 했다. 

왠지 아침마다 도둑맞은 기분이 들었다. 

어차피 원장님 돈이지만 우리 애들 점심값은 주고 가셔야죠.

전화해 봐야 받지도 않았다. 점심값, 거스름돈조차 남기지 않고 모조리 가지고 가다니.

그냥 몇 번은 넘어갔지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자 나도 애들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 당연한 기본인권은 보호를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저녁도 아니고 10시간 근무에 점심조차 보장받지 못하니 잠들어있던 우리도 뿔이 났다. 

원장님을 잡고 늘어지자 마지못해 돈을 내놓으셨다. 

가까스로 한 달 밥값을 선불로 얻어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그만두는 직원은 없었다. 

이상하게 직원들끼리는 늘 사이가 좋았다. 왜 때문에 악덕사장 밑에 좋은 직원이 있는 걸까. 

없는 돈으로 부대찌개 2인분을 5명이 먹으면서도

집에서 싸 온 스팸 한 덩이를 넣어가며 물을 붓고 양을 늘리면서도 

하하 호호 깔깔대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부대찌개 2인분 값보다 집에서 가져오는 반찬값이 더 들어도 

월급날에 급여를 맞추기는커녕 나한테 돈이나 안 꿔가면 다행힌 원장님 밑에서도

희한하게 재밌는 나날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아무리 착해도 정도가 있었으니 차라리 다행이었다. 


 빚쟁이들이 계속 찾아오고 원장님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끼리 출근해서 우리끼리 퇴근하면 다음날 돈은 비어있었다. 밤에 와서 가져가는 모양이었다. 

티브이에 나오는 무시무시한 빚쟁이들이 찾아오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애원하고 부탁하는 처량한 빚쟁이들이었다.  

그래봐야 재료비. 밀린 관리비를 받으러 온 건물관리인 등등이었다.

 재료비를 달라는 재료실장님이 어찌나 처량하게 애원하던지... 

이번달도 그냥 지나가면 본인 돈으로 메꿔야 한다며 애원하는 바람에

돈통에 있던 돈을 그냥 꺼내 줘 버린 적도 있다. 

샵은 계속해서 돈이 도는데 이 돈을 다 어디다 갖다 메꾸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오히려 많은 돈을 투자한 남편의 친구분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분에게 돈이라도 갚고 있나 생각하면 그나마 마음이 나았다. 

또 어디 이상한 곳에 갖다 퍼주고 있는 건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에 맞서야 하는데 또 또. 이 여자는 소금과 팥을 꺼내 들었다. 

지긋지긋하다.

샵 구석엔 팥과 이상한 소리가 나는 종이 있었고 

'또 그 신기 없는 언니랑 붙어 다니며 이상한 소리를 하려나보다' 생각한 나는 진절머리가 났다. 


아무리 끈기 드립을 쳐줘도 여기서 그만두지 않으면 이건 모자란 게 분명하다. 

나는 더 이상 이 자릴 지켜내고 싶지가 않아 졌고, 이 생각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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