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85772.html
그동안 미혼부의 자녀 출생신고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이 '혼인 외 관계'로 태어난 자녀는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개정된 가족관계등록법(일명 '사랑이법')은 미혼부도 자녀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으나, 매우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미혼부들이 법적 아빠가 되는 길 앞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미혼부가 법적 아빠가 되기 위하여 현행법은 미혼부가 생모를 모른다는 사실을 재판을 통해 입증해야 했으며, 만약 이 재판에서 패소하면 후견인 청구 재판 등 일반인 입장에서 생소하기 그지없는 재판을 세네 개 더 거쳐야 하며 이 과정을 다 거치는 데 길게는 4~5년이 걸린다고 한다.
아주 답답하고 현실을 도외시한 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재판 과정 중에 아이들이 건강보험 혜택도 못 받고 어린이집도 못 가는 등 최소한의 인프라도 누리지 못한 채 사회 후미진 곳에서 방치돼 있다는 것이다.
본인도 이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부끄럽다. 미혼모에게만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도 지난 3월 30일 위에 언급한 가족관계등록법이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2025년 5월말까지 법개정을 하라고 밝혔다.
본인은 정부와 국회가 법개정 시한이 2년이나 남았다고 한숨 돌리고 있을 것이라고 추호도 생각하지 않는다. 부디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미혼부의 자녀들도 아름답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속히 만들어주시라.
마지막으로 위에 링크를 건 기사내용 중 이은해 재판관의 보충의견에 완전히 동의가 됐다. 이 재판관의 의견처럼 출생신고를 의료기관이 하게 하면 출생신고 누락 등에 따른 아동 인권 사각지대가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좋아하는 '선진국'들도 다 이렇게 한단다.
이은애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내어 “출생신고 의무를 부모에게만 부담시켜 자발적 신고가 없으면 아동의 출생을 국가가 인지하기 어렵다”며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 출생신고의 누락·지연에 따른 아동 인권 침해를 예방하고 출생등록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출생신고 책임을 의료기관(미국, 캐나다, 영국 등) 혹은 의료기관과 부모 모두(독일, 이탈리아 등)에 부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