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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법모자 김시인 Feb 26. 2024

쉼터@놀이터 29

산수유에 대한 의역


 작년 이맘때 형제들과 2박 3일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투병 중인 다섯째 오빠의 환갑을 기념해 계획한 여행이었다. 숙소 주변에  드문드문 눈이 쌓여 봄이 아직 요원함을 말해주고 있었지만, 또 다른 곳에서는 산수유가 꽃망울을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순간 왜 노오란  산수유 꽃망울이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께서 보낸 기별처럼 느껴졌을까. 두 분이 그리웠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는 생전에 늘, "내가 가고 없어도 너거들끼리 오손도손 재미나게 살아라"  당부하곤 하셨다. 엄마의 당부처럼 사는 우리에게 엄마가 노오란 연서를 보내주신 것이라 생각했다. 그 밤 형제들과 웃고 떠들며 왁자한 밤을 보내고, 뒤척이다 쓴 시다.


머지않아 천지사방에 산수유 꽃망울이 터질 것이다. 그러면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도, 그 시간 속에서 함께했던 형제들도 더 애틋해질 것 같다.



산수유에 대한 의역


준 씨 필문 씨의

셋째넷째 다섯째와

여섯째 일곱째가

2박 3일 여행을 갔다


김 씨네 신문 1면을 빼곡 채운 웃음소리


소문이 날개 달고

하늘에 닿았는지

발가락 닮음 이들에

기별을 보내왔다


손 큰 건 여전하시네 백 리 밖까지 환한 안부




오 남매 여행


의준 씨와 필문 여사의 오 남매가 경북 울진으로 2박 3일 여행을 갔다. 어떤 장소를 가도 그만, 가지 않아도 그만, 뭘 해도 그만, 하지 않아도 그만, 단순하게, 유치하게, 헐렁하게 그렇게 놀았다.


할머니 패션 꽃바지를 찾아 평해 재래시장을 뒤지고, 환갑을 훌쩍 넘긴 오빠에게까지 그 바지를 입혔다. 누군가가 제안하면 아무도 토를 달지 않고 함께 했다. 그렇게 함께 걷고, 함께 쉬고, 함께 놀았다. 엄마, 아버지, 함께하지 못한 큰오빠,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을 큰언니 생각도 났다.


너거는 별일 없제? 늘 동생들 먼저 챙기는 셋째 오빠, 몸이 좀 아픈데 잘 이겨내고 있어 너무 고마운 넷째 오빠, 그리고 궂은일, 성가신 일을 자처하는 언니, 그리고 칠 남매 막둥이 남동생, 회비 관리하고 지출 관리하고 바쁜 매형 대신해서 누나까지 데리고 다녀야 하는 성가신 일도 기꺼이 해 주는 착한 동생. 그들 곁에 여섯째 나는 별 일도 안 하고 그저 묻어가는 염치없는 존재다.


수시로 사진 찍자고 멈춰를 외쳤더니 동생이 앞으로 작은누나랑은 여행을 안 가야겠다 했다. 나는 순전히 내 식대로 그 말을 받아들인다. 8천 원짜리 할머니 패션 바지 하나로 맘껏 웃을 수 있고, 어디서든 V를 외치며 나란히 설 수 있는 우리임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행복이, 즐거움이 거창한 것에 있지 않음을 실감한 여행이었다. 우리는 넷째 오빠 환갑을 모의하며 또 다음을 기약했다.


진눈깨비 간간이 흩날리기도 했다. 그처럼 가볍게, 그처럼 온전히 주어진 내 삶에 안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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