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마치고 온 남편과 반백수 아내가 대낮에 거실을 차지하고 누워 있다)
태블릿: 띠링~~.
아내: 여보! 내 태블릿 해킹 당했나봐. 누군가 우리 썬원이 계정으로 접속을 시도하고 있어. 접속 지역이 대구인 걸 보니 해커 놈인 것 같아.
남편: 그래? 막아.
아내: 막아도 될까?
남편: 무슨 소리야? 당장 막아. 썬원이의 메일 계정은 내가 아는데 그 계정이 아니야.
아내: 오케이!
(잠시 후)
아내: 아니, 그 해커 놈이 또 접속하는데?
남편: 뭘 하고 있어? 당장 막아.
아내: 오케이!
(잠시 후)
아내: 또 해커 놈이 접속하는데, 이번에는 아예 계정 비번을 바꾸어 버릴게. 다시는 시도하지 못하게.
남편: 그래. 그래.
(5분 뒤)
아내: 됐어! 숨막히는 해커와의 전쟁이 우리 승리로 끝났어. 하하. 다시는 접속하지 못할 거다. 이놈아.
(2시간 후, 현관 도어락이 ‘삐삐빅삐삐삐빅빅빅 띠리링~~’ 울리고 아내가 엄마로 변신한다.)
엄마: 에구, 우리 썬원이 학교 갔다 왔어?
썬원이: 엄마, 혹시 SM어쩌구가 엄마 태블릿 기기야?
엄마: 몰라. 왜?
썬원이: 엄마 혹시 태블릿으로 내 계정 차단했어?
엄마: 응? 니 계정?
썬원이: 응. 지메일 계정.
엄마: 아, 오늘 어떤 해커놈이 접속하려길래 원천 차단했지.
썬원이: (울먹울먹) 그거 나란 말이야~~. 과학 포럼 대회에서 접속한 거란 말이야. 토론 부분에서 컴퓨터로 검색하려고 접속했는데, 엄마가 계정을 끊어 버려서…. (와아앙 운다.)
엄마: 아, 니가 학교에서 접속한 거였어? 참, 오늘 너 과학대회 나간댔지. 잠시 잊고 있었네. 근데 그건 왜 접속 지역이 대구로 뜨는 거냐? 새 기기로 모르는 지역에서 계속 접속하길래 난 해커인 줄 알았지. 아니, 그럼 엄마에게 전화하지 그랬어? 몰랐잖아.
썬원이: 대회에서 어떻게 핸드폰을 써? 부정행위인데. 주어지는 컴퓨터만 써야지.
엄마: 아~. 그렇구나. 그래서 대회는 잘 마쳤니? (일시정지) 그래. 미안하다. 잘 마치진 못했겠구나.
썬원이: (울먹이며) 토론은 망했어.
* 평소에 자녀의 지메일 계정은 외워두도록 합시다. 복수계정을 가지고 있다면 모두 확인해두도록 합니다.
그리고 자녀가 참가하는 대회의 일정과 시간, 규정 정도는…… 다들 챙기시겠죠? 네.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