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큰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입니다. 키도 크고 잘생겼습니다. 아마 아빠를 닮아서 그런 것이겠지요.^^
어제 퇴근 후 집에 들어가니 큰 아이가 기침을 계속합니다. 병원에 데려가니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기침을 계속하길래 저녁 공부를 없애줬습니다. 아이는 아픈 것도 잊고 신나서 밥을 먹고 샤워까지 하더군요. 아차 했습니다. 공부시킬걸.
저희 아이는 도토리마을방과후에서 6시까지 놀다 집에 오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저녁 공부가 있습니다. 책상에 함께 앉아 공부하면서 그날그날의 일들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제 인생의 낙이기도 합니다. 아마 제 또래 분들 중 많은 분이 그렇겠지만 저는 아버지와 대화한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의 추억은 더욱 없어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이면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일부러 아이가 공부할 때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물론 올해부터 아이가 조금씩 귀찮아하기는 하지만 ㅠㅠ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습니다.
아이가 신나서 놀길래 아내와 저는 당연히 아이가 약을 먹고 괜찮아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아이의 기침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아내가 옆에 누워 큰 아이 등을 토닥였고, 혹시 둘째에게 옮을까 싶어 제가 둘째와 따로 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둘째에게 옆방으로 자러 가자고 하니 완강히 거부합니다. 내심 아이가 고마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빠는 눈만 감으면 잠들기 때문에 혼자 잔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누우면 5분 안에 잠들거든요. 참 둘째라 그런지 자기주장이 확실합니다.
결국 둘째가 이겼습니다. 아마 온 가족이 감기에 걸리겠지요. 지금부터는 우리 둘째를 원망하고 잔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키웠다 생각하지만 첫째와 둘째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첫째는 저와 아내의 기분을 많이 살피는 반면, 둘째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더욱 집중합니다. 그래서 첫쨰가 짠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첫째로서의 책임감을 지우고 싶지 않았는데 그게 참 마음대로 안되더군요.
암튼 그렇게 밤은 지나가고 아침이 왔습니다. 밤 사이 큰 아이의 기침은 심해졌고, 아내의 얼굴도 점차 지쳐갔습니다. 정확히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렇더군요. 둘째와 저는 그냥 잤습니다. 아내가 저를 보며 참 대단하다는 표정을 하더군요. 이게 아빠와 엄마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아마 오늘 일찍 퇴근해 저녁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는 학교도 가지 못했지만 저와 아내는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아침에 잠깐 아이를 등원시켜 주는 분을 빼고는 이럴 때 아이를 봐줄 분이 없습니다. 오늘은 조퇴도 어려워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참 안 좋더군요. 출근을 해서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하니 아이가 받습니다. 기침을 하면서 자기 괜찮다고 하는데 마음이 참. 그러면서 저에게 사랑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위로해주려 했는데 오늘도 아이에게서 큰 위안을 얻어갑니다. 늘 고맙고 사랑스러운 저를 닮은 아들입니다.^^
집에 가서 밥을 차리기보다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아들이 더 좋아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