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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상혁 Dec 01. 2023

아이가 감기에 걸렸습니다

저의 큰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입니다. 키도 크고 잘생겼습니다. 아마 아빠를 닮아서 그런 것이겠지요.^^


어제 퇴근 후 집에 들어가니 큰 아이가 기침을 계속합니다. 병원에 데려가니 다행히 독감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기침을 계속하길래 저녁 공부를 없애줬습니다. 아이는 아픈 것도 잊고 신나서 밥을 먹고 샤워까지 하더군요. 아차 했습니다.  공부시킬걸.  

<도토리 마을 방과후, 출처: 나는 방과후 학교 교사입니다.?

저희 아이는 도토리마을방과후에서 6시까지 놀다 집에 오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저녁 공부가 있습니다. 책상에 함께 앉아 공부하면서 그날그날의 일들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것이 제 인생의 낙이기도 합니다. 아마 제 또래 분들 중 많은 분이 그렇겠지만 저는 아버지와 대화한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그러다 보니 부모님과의 추억은 더욱 없어지더군요. 그래서 저는 되도록이면 아이와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일부러 아이가 공부할 때 책상에 앉아 있습니다.  물론 올해부터 아이가 조금씩 귀찮아하기는 하지만 ㅠㅠ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습니다. 


아이가 신나서 놀길래 아내와 저는 당연히 아이가 약을 먹고 괜찮아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아이의 기침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아내가 옆에 누워 큰 아이 등을 토닥였고, 혹시 둘째에게 옮을까 싶어 제가 둘째와 따로 자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둘째에게 옆방으로 자러 가자고 하니 완강히 거부합니다. 내심 아이가 고마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서 설득을 시작했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아빠는 눈만 감으면 잠들기 때문에 혼자 잔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저는 누우면 5분 안에 잠들거든요. 참 둘째라 그런지 자기주장이 확실합니다. 


결국 둘째가 이겼습니다. 아마 온 가족이 감기에 걸리겠지요. 지금부터는 우리 둘째를 원망하고 잔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키웠다 생각하지만 첫째와 둘째는 확실히 다른 것 같습니다. 첫째는 저와 아내의 기분을 많이 살피는 반면, 둘째는 자기가 원하는 것에 더욱 집중합니다. 그래서 첫쨰가 짠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첫째로서의 책임감을 지우고 싶지 않았는데 그게 참 마음대로 안되더군요.


암튼 그렇게 밤은 지나가고 아침이 왔습니다. 밤 사이 큰 아이의 기침은 심해졌고, 아내의 얼굴도 점차 지쳐갔습니다. 정확히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렇더군요. 둘째와 저는 그냥 잤습니다. 아내가 저를 보며 참 대단하다는 표정을 하더군요. 이게 아빠와 엄마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아마 오늘 일찍 퇴근해 저녁을 차려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는 학교도 가지 못했지만 저와 아내는 출근을 해야 했습니다. 저희는 아침에 잠깐 아이를 등원시켜 주는 분을 빼고는 이럴 때 아이를 봐줄 분이 없습니다. 오늘은 조퇴도 어려워 아이가 혼자 집에 있어야 합니다. 마음이 참 안 좋더군요. 출근을 해서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하니 아이가 받습니다. 기침을 하면서 자기 괜찮다고 하는데 마음이 참. 그러면서 저에게 사랑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위로해주려 했는데 오늘도 아이에게서 큰 위안을 얻어갑니다. 늘 고맙고 사랑스러운 저를 닮은 아들입니다.^^


집에 가서 밥을 차리기보다는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시켜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아들이 더 좋아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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