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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택주 Jun 21. 2023

이 밥이 어디서 왔는고?

<생명을 먹어요>를 연주하고 나서

“이 밥이 어디서 왔는고? 내가 지은 너그러움으로는 받기가 부끄럽네. 아등바등 더 누리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몸을 지켜 사람다워지려고 이 밥을 받습니다.” 밥 먹을 때마다 불자들이 읊는 말씀을 우리말로 풀었어요. 밥상 앞에서 이 밥이 어디서 왔으며, 이것이 밥이기에 앞서 무엇이었는지를 새기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 뜻을 깊이 헤아리지 않고 버릇처럼 읊조리는 일이 더 많아요.

<생명을 먹어요> 우치다 미치코 글 모로에 가즈미 그림/만만한책방/값13,000원

우리는 목숨을 먹어요. 우리가 먹은 것은 다 숨이 붙어 있던 것들이지요. 우리는 그 숨을 떼어버리고 남은 주검을 먹습니다. 우리가 살려고 생목숨을 억지로 거두면서도 그것을 잊고 살아요. 아니 떠올리려고 하지 않지요. 목숨이 있는 것들은 다 제 목숨을 아깝게 여겨요. 뭇 목숨을 끊고 이어가는 이 목숨, 잘 살아왔으려나요? 그렇지 못해서 애써 고개를 돌리고 있는지도 몰라요. 제가 이제까지 먹어온 주검들을 쌓는다면 얼마나 높을까요? 

<생명을 먹어요(우치다 미치코 글 모로에 가즈미 그림)>는 우리가 생목숨을 거두고 그 주검을 고기라고, 밥이라고 하면서 먹는다는 것을 생생히 그려냅니다. 소를 잡아야 목숨을 이어갈 수 있는 사카모토. 사카모토를 아빠로 둔 시노부. 같이 살던 소 미야가 도축장에 끌려오는 모습을 눈물겹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여자아이. 기르던 소 미야를 잡아 고기로 팔아야 명절을 쇨 수 있는 할아버지. 

이 사연을 안 사카모토는 미야 잡기를 꺼리지만 시노부는 아무에게나 맡기면 미야가 더 괴로울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아빠가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그렇게 미야는 고기가 되고 할아버지는 그 고기를 조금 가져다가 손녀에게 먹이려고 해요. 울면서 먹지 않으려는 손녀에게 “미야 덕분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 미야에게 고맙다고 하고 먹자꾸나. 우리가 먹지 않으면 죽은 미야에게 미안하잖아.”라고 합니다. 같이 살던 미야 고기를 어떻게 먹느냐고 도리질을 치던 손녀는 알뜰하게 보듬는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는 “미야, 고마워. 잘 먹을게. 맛있다, 참 맛있다.” 하면서 먹어요. 


이 책은 우리가 날마다 생각 없이 먹는 밥들이 밥이기에 앞서 더없이 아까운 목숨이고, 누군가에게는 사랑하는 식구였다는 것을 일러줘요. 낱낱이 소중한 목숨을 거둬 먹으면서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도 알려주고요. 


이 책은 마흔 번째 꼬마평화도서관 관장인 도예가 이금영 님이 꼽은 평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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