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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an 04. 2024

I'M 신뢰예요?

자영업자의 생존기

모든 자영업자가 그렇듯 부푼 꿈을 안고 창업을 한다. 하지만 결단코 초심자의 행운은 없다. 반짝 개업발이라는 것이 있을 순 있어도 말이다.  


내가 열쇠업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다 되었을 때 평균 하루 매출은 20만 원 정도였다. 순이익은 그보다 훨씬 못해 약 하루 3~4만 원이 되었는데 월세 80만 원과 식대와 매장 유지비를 빼고 나면 실질적 순이익은 없었다. 그 상태가 한 달이 되고 두 달이 되어갈 무렵부터 내 몸이 이상함을 느꼈다. 나는 열쇠업을 시작하고 배가 아픔이 잦았는데, 세 달째 되던 무렵 결국 나는 응급실을 4번이나 실려갔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의한 위경련과 장꼬임이었다. 그 시기에 나의 하루 매출이 고작 6천 원이었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도매업은 물건을 파는 것이 전부라지만, 고객들에게 초보는 그저 초보에 불가했다. 초보인 나는 여전히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열쇠업을 특성상 안전에 대한 신뢰, 그것이 전부였다. 나는 고객이 무언가를 원할 때 단지 물건을 여러 개 보여줄 뿐이었다. 그리고 알아서 선택하라고 고객 눈치만 보고 있더랬다. 그런 내 신뢰는 고객들을 빈손으로 매장문을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도매상 특성상 주변 열쇠업을 하는 사장들이 주로 고객이다. 주변 열쇠업을 하는 사장들도 일반 고객들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 당시 수지에는 열쇠 도매상이 없었건만 그들에게 나는 불편한 사람이었다. 그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기존 거래처 일명 차로 다니는 열쇠도매상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차로 다니는 열쇠 도매상들도 나를 불편하게 생각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열쇠 도매상들은 각기 자신이 저렴한 물건, 즉 미끼 상품이 있었다. 그것을 원가로 주고, 나머지 상품을 팔고 이익을 남겼다. 그런데 갑자기 자기 거래처 옆에 떡 하니 열쇠 도매상이 생겼다. 그것은 자신들이 이익을 챙기던 상품들의 가격이 그대로 노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욱이 매주 한번 오는 터라 나보다는 더 저렴하게 팔아야 했기에, 그들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열쇠업 초창기에 나는 주변 열쇠업을 하는 사장들과 그들의 거래처 모두에게 불청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은 서로 신뢰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자영업을 시작하고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년에 한참 이슈가 되었던 "I'M 실뢰예요"라는 말이 지금도 나는 23년을 자영업을 해왔어도 여전히 어렵다. 아마 내가 자영업을 하는 동안에는 50%의 신뢰도 달성하기 어렵지 않을까?. 그럼에 있어 나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는 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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