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1년, 그래도 나는 문을 열었다

나는 자영업자입니다

by 시원시원

처음부터 잘 될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될 거야’라는 생각조차 없었다. 막상 시작하고 2주쯤 지나서야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개업 초반, 잠깐 주목받는 듯했던 순간도 내겐 무의미했다. 열쇠업을 택한 나는, 누군가의 눈길을 잠시 받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우선이었다.


절망적인 매출 앞에서 하루하루가 버티기의 연속이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흘러가도 변한 것은 없었다. 그때부터 마음속에 단단히 새긴 문구가 있었다. ‘1년만 버티자.’ 이건 의지가 아니었다. 그저 살아남기 위한 본능, 생존이었다.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밤 9시에 닫으며 나는 매일 아무도 모르는 그 시간 속에서 손님을 기다렸다. 초보 자영업자에게 특별한 무언가는 없었다. 가끔 맞닥뜨리는 사기 아닌 사기들, 그리고 날카로운 말투로 ‘어딘 얼마인데?’라며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선배 업자들의 한마디가 전부였다. 말주변 없던 나는 그들의 말에 당황했고, 심지어 원가 이하로 팔아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 와중에 내게 위안이 된 건 일반 손님들이었다. 그들도 가격에 민감했고, 때론 ‘어딘 얼마인데’라고 내게 질문했지만, 적어도 그들은 내게 ‘사람’이었다. 원가보다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감사했다. 도매업을 시작했지만, 그들에게서 희망을 얻었다.


6개월쯤 지나자 나는 용기를 내어 주변 열쇠업자 사장님들을 만났다. ‘밥 한번 같이 먹자’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밥 먹는 사이, 서로의 진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약속한 식당에 그들은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와주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열쇠업계의 현실과 각자의 고충을 들었고, 내 마음속 무거운 짐도 살짝 꺼내 보였다. 다행히 한 분은 내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함께 힘이 되어주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내가 시작한 그때, 열쇠업계는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디지털 도어록이라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었다. 도매 원가가 보조키 한 개가 5천 원 하던 시절에 비해, 디지털 도어록은 6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가격이 높았다. 물론 소비자 가는 더 비싼 가격이었고, 그만큼 자본 부담도 커졌다. 그런 이유로 많은 업자들이 디지털 도어록을 매장에 들여놓길 망설였지만, 나는 도매업자로서 모든 종류를 갖춰야 했다. 무거운 짐을 혼자 짊어지는 느낌이었다.


더 가슴 아픈 건, 몇몇 업자들이 매장에 직접 들여놓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내 매장에 와서 물건을 가져가고, 팔고 남으면 다시 돌려놓는 일이 반복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창고가 된 내 공간은 점점 운영은 힘들어졌다.

그럼에도 나는 혼자였다. 결혼하지 않았고,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그 사실이 내게 얼마나 큰 버팀목이었는지 모른다. 적자는 몇 달간 있었지만, 나 혼자였기에 버틸 수 있었다. 결혼과 가정을 꾸리는 자영업자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지금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창업 10개월, 비로소 조금씩 내 손에 쥐는 이익이 생기기 시작했다. ‘1년만 버티자’는 마음은 어느새 ‘더 잘해보자’는 다짐으로 바뀌어갔다. 초보라는 꼬리표는 점차 희미해지고, 시간은 나의 편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값진 것은, 이 여정을 통해 나 자신과 마주한 순간들이었다. 매일 새벽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리던 그 시간들, 때로는 좌절하고 때로는 작은 성취에 웃음 짓던 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자영업자로서의 삶은 단순히 돈을 버는 일이 아니었다. 나를 단련시키고, 인내를 가르치며, 세상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이 길이 결코 혼자의 싸움이 아니라는 것이다. 함께 밥을 나누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준 동료 사장님들, 매일 나의 진심을 믿고 찾아와 준 손님들, 무심한 듯 나를 지켜봐 준 가족들 모두가 내 버팀목이었다. 그들이 있기에, 또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1년만 버티자’ 던 초심은 이제 ‘더 오래, 더 단단히’ 이어가야 할 나의 길이 되었다. 이 길 위에서 나는 계속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오늘의 나처럼, 이 글을 읽는 누군가도 혹시 지쳐 있거나 흔들리고 있다면, 부디 이 말이 닿기를 바란다.


“견디는 시간 속에, 당신의 이야기가 빛날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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