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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시원 Jan 09. 2024

1년만이라도 버티자

자영업자 생존기

처음부터 잘 될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잘 될 거란 생각은 2주일이 지나 꿈이란 사실을 알았다. 단 며칠이라도 주목을 받는 개업발도 열쇠업을 택한 나에게는 무의미한 것이었다. 절망적인 나의 매출은  1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나서야 1년만 버티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자연스러웠다. 이것은 내가 굳은 결심을 하고 1년만 버티려는 나의 의지가 아닌 생존이었다. 


새벽 6시에 매장문을 열고 밤 9시에 닫으면서 나는 언제 올지도 모를 손님을 기다렸다. 초보 자영업자에게 특별하게 할 일은 없었으며, 이따금 겪는 사기 아닌 사기를 맞는 것이 전부였다. 초보인 나에게 그나마 가끔 오는 열쇠업자의 "어딘 얼마인데?라는 말은 나의 신경이 날카롭게 만들었다. 나에게 말주변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런 것도 없는 나는 그들의 말에  당황했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속아 가격의 착각을 일으켜 원가 이하로도 팔았었다. 


내가 의존하는 건 역시 이때나 그때나 일반 손님이었다. 가격에 민감한 열쇠업자보다도 일반 손님은 그나마 상대하기가 쉬웠다. 그렇다고 내가 일반 손님을 쉽게 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도 "어딘 얼마인데"를 나에게 시전 하며 가격을 불렀다. 그래도 원가보다는 더 받을 수 있었으니 열쇠업자 보단 나에게는 고마운 손님이었다. 명색이 도매업인데도 말이다.


1년만 버티려는 나는 6개월이 다돼 갈 때 주변 열쇠업을 하는 사장님들을 찾아갔다. 나는 그들에게 점심을 다 같이 하자고 제안을 했다. 밥 먹는 사이부터 되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우리는 밥 먹는 사이와 아닌 사이로 나눠지는 것 아니겠는가? 밥을 먹다 보면 이런저런 고충을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식당을 예약하고 그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후 한 분을 제외하고 여러 사장님들이 와주셨다. 나는 같이 식사를 하면서 지금 돌아가는 열쇠업의 상황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의 고충을 이야기할 기회를 엿보고 있더랬다. 다행히 한분이 나를 언급하며 도움을 주자 했고 나는 별 말없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내가 열쇠 창업할 당시 열쇠업은 전환기를 맞았다. 디지털 도어록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키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이전에 한두 개의 브랜드가 나오긴 하였지만 아파트를 지을 때에만 설치되는 것들이라서 일반적으로 판매는 할 수 없었다. 그랬던 디지털 도어록이 대중에 풀리기 시작하였다. 열쇠업계에서도 반신반의하며 디지털도어록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때 보조키 하나에 원가는 5천 원 정도였는데, 디지털 도어록은 싼 것은 6만 원부터 비싼 것은 20만 원이 넘었다. 소비자 가격은 더 비쌌다. 이는 열쇠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돈이 몇 배로 들어가는 것이어서 열쇠업계에서도 디지털 도어록 판매를 망설이는 업자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도매업이라 그럴 수 없었다. 모든 디지털 도어록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기존 열쇠 도매업 운영보다 몇 배의 돈이 더 들어가기 시작했다.


몇몇의 열쇠업자는 비싼 디지털 도어록 때문에 자신의 매장에 디지털 도어록을 가져다 놓지 않았다. 몇몇의 그들은 그때그때 손님이 원할 때, 나의 매장에 와서 가져갔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하나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었다. 종류별 두세 개를 가져가고 팔고 남은 것은 다시 가져왔다. 점점 나의 매장은 그들의 창고가 되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들의 행동을 당연하게 여겼었다. 그러다 보니 매장 운영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운영은 운영대로 힘들고 사람은 사람대로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그때 나는 결혼을 안 했다는 것과 부모님 집에 같이 살았다는 것 그리고 그럼에도 매장 월세와 차비와 점심값은 벌었다는 것이다. 나는 초기 한두 달만 적자를 보았을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당시 혼자라는 나의 조건은 정말 다행이었다. 출산율 최하의 나라에서 자영업자가 혼자를 벗어나 결혼을 하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지금에 나는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창업을 한 지 10개월 , 이제는 경험도 많이 쌓였고, 조금이지만 내가 가져가는 이익도 생겼나고 있었다. 그렇게 1년을 버티려는 나의 계획은 순탄하게 흘러갔다. 초보딱지를 겨우 벗어난 나에게 시간은 조금씩 내편이 되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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