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 윌 헌팅>, 드라마 <인 트리트먼트>, <워킹맘 다이어리>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바로 심리상담이 주요한 주제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서양에 비해 우리나라의 심리상담은 아직 문턱이 높아요. 의료보험이 되지 않기에 비용의 문턱이 있고, 진짜 공인된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있죠. 하지만 무엇보다 심리상담을 시작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심리상담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심리상담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어떤 분은 소파에 누워 최면을 거는 장면이 떠오른다고도 하시고, 어떤 분은 무릎이 닿기도 전에 내 문제를 알아맞히는 장면을 말씀하더군요. 어떤 분은 고민을 가져가면 척척 답을 말해주는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신대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이 모습들 모두 ‘심리상담’은 아닙니다.
심리상담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내 마음 속에 들어가거나, 내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알아 맞추거나, 혹은 깜짝 놀랄 만한 인생의 정답을 내주는 것과는 거리가 있어요. 오히려 심리상담은 상담자와 상담에 온 내담자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더 정확히 말하려고 애쓰며, 정답을 찾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정답이 없는 상황을 버텨내는 아주 긴 여정에 가깝습니다. ‘한라산 등정’이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가진 등산 초보가 자신의 체력을 버텨내며 끊임없이 전문가와 훈련하는 그런 1:1 집중 훈련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대체 심리상담에선 무엇을 하는 걸까요? 이 질문은 좋은 상담자란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좋은 상담자란, 좋은 질문을 하도록 훈련받고 내담자에게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전문가라고 생각해요. 좋은 질문은 익숙한 대상을 새롭게 보는 길을 의미합니다. 다양한 어려움을 가진 사람들이 상담자를 찾는 이유는 노력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현재의 상황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은 그러한 고통을 깊이 공감하는 데서 시작해요. 하지만 공감만 하는 건 아니에요. 공감을 바탕으로 그 사람도 몰랐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만드는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그다음입니다.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모호하고 뭉툭한 위로와 공감은 유효기간이 짧거든요.
내담자가 다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상담자가 던지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나, 가족, 친구, 연인, 진로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돼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새롭고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는 힘이 생기기도 합니다. 질문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에 집중하게 하고,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됩니다. 심리상담이 마무리될 즈음에는 새롭게 그려진 '나라는 사람의 지도'가 그려져 있고, 새로운 내가 더욱 소중해지죠.
마음에 싹을 틔우고, 나라는 꽃을 피우게 해줄 몇 가지 질문을 드리려고 해요. 이 질문에 답을 해가다 보면, 아무리 추워도, 봄은 꼭 올 거예요.
* 당신의 마음이 형태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 마음의 크기는 어떤가요? 색깔은? 촉감은? 온도는 어떤가요? 그 마음이 나에게 말을 건다면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요?
* 당신이 불안할 때/슬플 때/기쁠 때 당신의 몸에선 어떤 변화가 일어나나요? 그때 당신은 주로 어떤 생각을 하나요? 그 감정을 해결하기 위해 충동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이 있나요?
* 당신을 가장 화나게 하는 상황 또는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내가 특히 참을 수 없는 순간의 상황과 말 등을 구체적으로 적어보세요. 그 상황과 말이 당신에겐 어떻게 ‘들리고 해석’되었나요? 왜 그 말이 당신에겐 그렇게 들렸을까요?
* 당신이 가장 ‘나 답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그때 당신이 하는 행동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나 답게’ 존재하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요소들을 적어보세요.
밑미 심리 카운슬러 신지윤
함께 하면서 또 홀로 설 수 있는 건강한 경계와 관계에 관심이 많다. 내담자와 함께 할 때 가장 살아있다고 느껴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는 프리랜서 상담가다.
- 이화여자대학교 심리학과 상담전공 (박사 과정 재학중)
-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