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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보통 Oct 21. 2022

기분이 조크든요, 핫케이크

폭신하게 갓 구워낸 핫케이크에 버터를 한 조각 얹어낸 다음 메이플 시럽을 또르르.

포크 끝으로 과일도 콕 찍어서 한입에 '와앙' 먹으면 입안에서 달콤한 맛의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달달함채 가시지 않은 아침의 피로를 싹 녹여주는 기분이에요.

평소처럼 "뭐가 어디에 좋다더라, 이건 무슨 영양소가 풍부하다더라." 하는 식탁 위 부연 설명은 잠시 접어두기로 합니다. "누나, 그래서 이건 어디에 좋은데?"하고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물어오는 동생 녀석에게 흘깃 시선을 보내고는 이내 대답합니다. "야, 이렇게 먹으면 기분이가 조크든요?"

키득키득. 대답하는 저도, 듣는 두 남자도 다 같이 유쾌하게 아침을 즐깁니다.

정신 건강이 신체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데, 스트레스 확 날려주는 달콤한 아침 식사가 (비록 내 당수치는 조금 높아질지언정) 주는 효과는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더 위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메이플 시럽을 또르르. 이 달콤함은 놓칠 수 없지요.

평소에 뭘 해달라 잘 요청하지 않는 남편인지라, 어쩌다 뭐가 먹고 싶다고 하면 '옳다구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새겨 들었다가 만들어 주고는 합니다. 그이가 뭔가를 해달라고 할 때는 보통 함께 TV를 보다가 무심결에 내뱉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퇴근 후에 샤워를 마친 남편이 소파에 와앉으면 기다렸다는 듯 무릎베개를 하고 누워 함께 OTT를 시청하는 게 저녁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 중 하나인데, 요리 관련 예능이나 다큐를 보기도 하고, 남편이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함께 시청하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는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저희를 미국의 한 핫케이크 가게로 안내하더군요.

커다란 은색 철판 위로 노릇노릇하게 핫케이크 반죽들이 구워지는 모습, 버터 듬뿍 시럽도 듬뿍. 블루베리 한 줌에 자른 바나나 몇 조각 툭툭 얹고 슈가 파우더까지 휙휙 뿌려주는 영상은 보면서도 그 단맛이 화면을 뚫고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오밤중에 달콤한 유혹이라니. 한참 영상을 보던 남편이 "핫케이크 먹고 싶다."하고 한마디를 툭 던집니다. '핫케이크 그까짓 거 열 번도 더 해주지!' 인터넷 장보기 어플을 켜고 장바구니에 핫케이크 믹스를 추가했습니다. 정석대로 하자면야 박력분에 소금, 설탕, 우유, 베이킹파우더, 버터, 달걀. 하나하나 그램수 맞춰 반죽해야 하지만, 핫케이크 믹스 제품 하나로 간단하게 해결이 되니 얼마나 편하던지요.

제품 뒷면에 만드는 방법도 참 자상하게 안내되어있습니다. [몇 인분은 몇 그램의 믹스에 우유 몇 ml, 달걀 몇 알을 사용하세요]하고 말이지요.

핫케이크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안내된 레시피대로 용량을 맞추는 대신 조금 더 폭신한 핫케이크를 만드는 저만의 노하우라면, 달걀 반죽을 풍성하게 쳐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우유를 섞기 전 달걀을 충분히 풀어주고, 우유를 넣은 다음에도 거품기를 한 방향으로 빠르게 휘저어 풍성하게 거품을 올려준 다음 가루를 넣어 섞습니다.

이렇게 만들면 반죽에 공기층이 생겨 조금 더 폭신한 핫케이크를 맛볼 수 있어요.

핫케이크를 예쁘게 굽기 위해서는 약불에서 천천히 익혀야 한다는 점, 그리고 팬에 기름이 많으면 안 된다는 점. 두 가지는 꼭 명심해야 합니다. 센 불에서 익히면 속까지 익지 않으면서 겉 반죽은 금세 검게 타버리고, 팬에 기름이 많으면 표면에 얼룩이 생기면서 고르고 예쁘게 익지 않기 때문이지요.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면 뒤집는 타이밍!

불을 약하게 맞추고, 기름을 조금 두른 다음 키친타월로 팬을 한번 닦아 냅니다.

반죽을 크게 한국자 퍼서 올리고 몇 분간 기다리면 반죽 위로 뽀글뽀글 기포가 올라오는 게 보일 거예요. 가운데까지 동그랗게 기포가 올라오면 뒤집는 타이밍. 뒤집개를 사용해 한번에 '착' 뒤집어 줍니다.

그럼 노릇노릇 골고루 잘 익은 갈색의 핫케이크가 드러납니다. 이제 맞은 편도 충분히 익혀낸 다음 접시에 담아냅니다. 핫케이크 위로 버터를 작게 한 조각 올리고 시럽류를 뿌려 먹는 것이 클래식 버전이라면, 스크램블 에그에 소시지나 베이컨, 굽거나 튀긴 감자요리를 곁들여서 식사처럼 먹기도 하고, 딸기와 베리류의 과일에 생크림, 초코 잼을 올려 간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저는 냉동실에 있던 블루베리와 제철 무화과를 썰어 올리고, 바나나를 반으로 잘라 버터와 설탕, 시나몬 파우더를 뿌려 구워낸 구운 바나나를 곁들여 봤어요.

바나나 구이의 은은한 시나몬 향기가 핫케이크와 무척이나 잘 어울립니다.

핫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내니 폭신하고 도톰한 단면이 드러납니다.

코 끝으로 달콤한 향기가 전해지고, 따끈한 핫케이크가 입안 가득 행복을 전하는 아침.

가끔은 칼로리 걱정도 내려놓고, 영양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생각들도 잠시 내려두고. 그저 있는 그대로 고소하고 달콤한 즐거움을 누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먹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핫케이크와 구운 바나나, 블루베리와 무화과를 얹은 플레이트
핫케이크

핫케이크 믹스, 우유, 달걀, 버터, 오일, 메이플 시럽, 과일류(원하는 과일 아무거나)

1. 달걀을 볼에 담아 풀어주고, 우유를 섞은 다음 한쪽 방향으로 충분히 휘저어 거품을 올린다.
2. 핫케이크 믹스를 넣고 주걱으로 잘 섞는다.
3. 약불로 달군 팬에 오일을 두른 다음 키친타월로 닦아 낸다.
4. 반죽을 한 국자 퍼서 올리고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천천히 익혀낸다.
5. 반죽 가운데까지 기포가 올라오면, 뒤집개를 사용해 한번에 뒤집는다.
6. 반댓면까지 완전히 익힌 다음 접시에 담아낸다.
7. 버터를 작게 잘라 올리고, 과일을 곁들인다.
8. 취향에 따라 메이플 시럽을 뿌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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