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적으로 자기 비난하는 사람들의 말버릇
나도 모르게 나를 깎아내리고 있다면
자기를 낮추는 말은 겸손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면, 말은 자존감을 깎고 관계를 왜곡하기 시작한다.
“제가 원래 좀 부족해서요.”
“제가 괜히 말 꺼낸 거 같네요.”
“제가 잘 몰라서, 틀렸을 수도 있어요.”
이런 말은 처음엔 조심스럽고 예의 바르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자주 반복되면, 듣는 사람도 “왜 자꾸 자기를 깎아내리지?”, 혹은 “저 사람은 자신감이 너무 없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기 비난 말투의 가장 큰 문제는, ‘말’이 곧 ‘정체성’이 된다는 점이다. 스스로를 계속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점점 자신을 그렇게 믿게 된다. 또한, 자기를 먼저 깎아내리는 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손해를 만든다. 타인에게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기 쉽고, 쉽게 조종할 수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 글은 습관적 자기 비난 말투의 특징을 정리하고, 왜 그런 말투가 생기는지, 그리고 어떻게 교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풀어본다.
① 말 앞에 항상 ‘제가 문제죠’ 식의 수식어가 붙는다
: “제가 괜히…”,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요…”
→ 질문이나 의견을 꺼낼 때마다 자기 검열이 먼저 앞선다. 필요한 말을 하는데도, 괜히 눈치 보며 잘못한 듯한 태도를 취한다.
② 칭찬을 받으면 곧바로 부정한다
: “에이 제가 한 건 별거 아니에요.”
: “그냥 운이 좋았던 거죠.”
→ 상대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말버릇’이 몸에 배어 있다.
③ 작은 실수에도 과하게 자책한다
: “진짜 제가 멍청했네요.”, “이런 걸 왜 못 했을까요.”
→ 실수보다 자책의 크기가 크다. 듣는 사람에게 불편함을 준다.
④ 상대의 불편한 감정을 먼저 자기 탓으로 돌린다
: “제가 기분 나쁘게 했나요?”, “제가 말실수한 거죠?”
→ 상대가 불쾌할까 봐 감정을 과잉 추측하고, 곧바로 자신을 비난한다.
⑤ 농담도 항상 자기를 낮추는 방식이다
: “저 같은 바보도 알아요.”, “저는 그냥 들러리예요.”
→ ‘웃기려는 말’ 같지만, 사실은 불안과 방어가 밑에 깔려 있다.
⑥ 요청이나 제안을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한다
: “죄송하지만, 이거 부탁드려도 될까요?”
: “바쁘신데 제가 괜히 귀찮게 해 드리는 거 같아서요.”
→ 부탁조차 미안함의 형태로 표현한다.
⑦ 실수한 상황에서 먼저 ‘혼날 준비’가 되어 있다
: “제가 정말 잘못했죠. 혼나야죠 뭐.”
→ 비난을 예상하고, 먼저 선수를 친다. 이로써 자신을 방어하려는 심리다.
⑧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낮추는 말이 습관이다
: “저는 중요한 사람 아니에요.”
: “그 정도까지 기대는 안 하셔도 돼요.”
→ 스스로를 작게 만들면서 안전하려는 방어적 선택.
⑨ '할 수 있다'보다 '못할 수도 있다'를 먼저 말한다
: “제가 잘 못할까 봐 걱정되네요.”
→ 능력보다 불안을 먼저 말한다. 그 말이 반복되면 진짜로 실행력이 약해진다.
⑩ 자기 비난을 통해 인정받으려 한다
: “제가 늘 부족하지만 그래도 열심히는 했어요.”
→ ‘내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면서 연민을 얻으려는 커뮤니케이션 패턴이 형성된다.
- 불안과 수치심의 반복 학습 : 비난받았던 경험이 많을수록, 실수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깎아내리는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한다.
-거절에 대한 두려움 : 관계에서 거절당하거나 무시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먼저 자신을 낮추는 방식으로 기대를 줄이고 상처를 피하려 한다.
-겸손이라는 이름의 위장된 자기 불신 : 겸손해 보이려는 말투가 반복되다 보면, 자기 평가 자체가 낮아진다. 겸손은 태도의 문제지만, 자기 비난은 정체성의 문제다.
① “나는 ~했다” 식의 관찰 언어로 말 고치기
: “제가 멍청했어요” → “~라는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네요.”
→ 비난이 아닌 구체적 서술로 감정과 행동을 분리한다.
② 칭찬은 '받는 기술'로 훈련한다
: “감사합니다. 덕분에 잘 해냈어요.”
→ 부정하거나 겸손으로 덮지 말고, 받아들이는 문장 훈련이 필요하다.
③ 부정적인 자기 대사를 기록하고 복기하기
: 하루 동안 내가 나에게 한 말 중, 자기 비난 문장을 적고
그 문장을 ‘사실 중심 언어’로 바꿔보기
→ 말투는 고치는 것이 아니라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④ 부탁할 때 사과 대신 목적을 말하는 연습
: “죄송한데…” → “시간 괜찮으시면 이 자료 한번 확인 부탁드려요.”
→ 부탁은 민폐가 아니다. 업무적으로 반드시 부탁을 해야 일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당당하게 요구하자.
자기 비난은 자기소개다. 내가 나에게 하는 말은, 결국 남에게도 나를 그렇게 보이게 만든다. 말을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말투는 달라진다. 스스로를 덜 깎아내릴수록, 더 많은 사람이 당신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