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 말 괜히 했나...?

말하고 나서 자책하는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

by 유창한 언변
내가 그 말을 왜 했지...?

대화는 무난하게 끝났다. 상대는 고개를 끄덕였고, 몇 번 웃기도 했다. 그런데도 집에 오는 길이 이상하게 무겁다. 괜히 한 것 같은 말이 자꾸 떠오르고, 스스로가 광대처럼 느껴지고, 괜히 민망하고 창피하다.


“내가 왜 그 얘기를 했을까.”
“혹시 불편했던 건 아닐까.”
“너무 떠든 거 아닌가.”


말하는 것보다, 말한 뒤의 시간이 더 피곤한 사람들. 이 글에서는 대화 후 유독 자책하는 사람들의 특징과, 개선법을 알아본다.


이런 사람에게 자주 보이는 말습관: 자책형 체크리스트

다음 항목 중 4개 이상 해당된다면, 당신은 말한 뒤에 자주 자책하는 사람일 수 있다.


- 대화가 끝난 뒤, 계속 상대의 표정을 복기한다

- 내가 너무 말을 많이 했는지, 혼자서 평가한다

- 말한 내용을 다시 떠올리며 "그건 안 했어야 했는데" 후회한다

- 다음 만남이 껄끄러워진다

- 말하면서도 “제가 괜히 말한 거죠?” 같은 방어 질문을 자주 한다 - 상대가 리액션이 없으면 내가 이상했나 싶다 - 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는 부담을 늘 느낀다

- 어색한 상황에서 나라도 말을 해야 할 것만 같다


- 말하고 나서 자책하는 사람들의 공통 말습관 7가지

① 말을 흐리며 마무리한다
 “뭐, 그냥 그렇다고요…”, “그냥 지나가는 얘기예요.”
 결론을 흐리는 말투는, 눈치를 보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컷 잘 이야기하다가도, 듣는 사람들의 리액션이 신통치 않으면 자신의 의견을 서서히 숨긴다.


② 같은 내용을 여러 번 표현한다
 “그러니까, 제 말은 이런 거예요…”,
 “아까 말씀드린 그 내용인데요…”
 불안하면 설명을 반복하게 되고, 그만큼 말이 길어진다.


③ 중간에 ‘확인 질문’을 넣는다
 “그렇죠?”, “맞죠?”, “괜찮았나요?”

 말에 확신이 없기 때문에, 상대의 보증을 요구한다.


④ 상대 반응을 과하게 해석한다
 작은 무표정에도 “내가 뭔가 잘못했나?”를 먼저 떠올린다.
 생각이 많고, 늘 불안 속에 머무른다.


⑤ 말을 멈추지 못한다
 정적이 불편해서 말을 덧붙이고,
 그 덧붙인 말이 결국 후회의 시작이 된다.


⑥ 자기 말을 스스로 다시 되짚는다
 “제가 아까 뭐라고 했냐면요…”,
 “그 얘기를 조금 덧붙이자면…”
 상대보다 내가 내 말을 못 놓는다.


⑦ 대화 후 ‘기억 편집’이 시작된다
 “그때 왜 그렇게 웃었지?”
 “그 부분에서 표정이 약간 달라졌던 것 같은데…”
 사실보다 감정의 추측이 많아진다.


- 문제는 심리구조에 있다.


말한 나를 믿지 못하는 심리구조

이런 말습관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실수하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말에 대해 신뢰와 확신이 없고, 듣는 사람에게 이상하게 전달되지는 않을까 끊임없이 걱정한다. 즉 자신의 말에 대한 믿음보다,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걱정이 더 큰 것이다.


관계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
대화에서 상대 기분까지 책임지려 한다. 상대방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안 좋아 보이면,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고 느낀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관계사고'라고 한다. 예를 들어, 부장님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은 부부싸움을 했기 때문인데, '나 때문이야'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기분이나 행동이, 모두 자신의 행동과 연관성이 있다고 과잉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 실수의 기억
과거의 말실수나 비난이 현재의 언어 습관을 지배한다. 무의식 중에 ‘내 말은 자주 문제가 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 후회 없는 대화를 위한 실전 루틴 7가지

‘말을 줄이자’는 방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말은 줄어도, 후회는 남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불안을 덜어주는 구조화된 말하기 습관이다.


1. 말한 후 ‘떠올리지 않기’ 훈련

 대화 후 머릿속에서 계속 내용을 재생하지 않는다.
 그 순간 멈추는 신호 동작을 만든다.
 예: 손바닥 한 번 치기, 물 마시기, “끝났다”라는 속말 반복.


2. 3줄 요약 노트 만들기

 대화 후 말한 내용을 아래처럼 요약한다.
 - 오늘 내가 전한 핵심
 - 그걸 말한 이유
 - 아쉬운 말 한 줄
 → 말이 정리되면 감정도 함께 정리된다.


3. ‘생각 차단 문장’ 암기하기

 후회 루프에 들어가기 전, 스스로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 “그건 끝난 대화야.”
 - “나는 무례하지 않았다.”
 - “그때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


4.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착각 내려놓기

 상대가 말이 없다고 내가 꼭 말을 주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부담감을 조금만 더 내려놓아보자.


5. ‘말 많음 경보’ 체크 포인트 만들기

 말하는 도중 한 번 떠올린다.
 - “지금 이 말, 꼭 필요한가?”
 - “핵심에서 벗어나고 있진 않나?”
 → 이 한 번의 자각이 후회를 줄인다.


6. 마무리 문장 3개 외우기

 끝맺음을 위한 말투 연습이 필요하다.
 - “그래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 “그 이야기 여기까지고요.”
 - “아무튼 그런 일들이 있었어요.”
 → 흐림 없이 닫는 말은 불안을 줄인다.


7. “남는 기억보다 잊는 기억이 더 많다”는 진실 받아들이기

 상대는 내가 한 말을 다 기억하지 않는다.
 기억은 흐르고, 대부분은 잊힌다.
 지나간 말을 과하게 붙잡지 말자.
 말보다 더 강한 건, 말한 나를 믿는 태도다.


- 말은 괜찮았다. 괜찮지 않았던 건, 내 마음이다


우리는 종종 ‘내가 너무 말한 건 아닐까’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보다 먼저 떠올려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왜 내 말을 믿지 못할까?” 말을 잘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도, 진심이었고 예의가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완벽한 대화는 없다. 후회 없는 말도 없다. 그러나 후회에 짓눌리지 않는 마음은 만들 수 있다.



keyword
이전 19화왜 자꾸 나는 나를 깎아내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