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말투에 맞서는 법.
나는 왜 너의 말이 힘들까.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고 나면 유난히 기운이 빠진다. 처음에는 말발이 센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곱씹을수록 불쾌감이 남는다. 내 말이 틀린 것 같고, 내가 부족한 사람처럼 느껴지고, 다음부터는 그 사람 앞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 그건 단순한 대화가 아니다. 그 사람은 지금 말로 당신을 누르고 있는 중이다.
“그건 아니지”
“아니야, 그건 좀 아닌데?”
“내가 보기엔 그건 완전히 잘못된 거야.”
이들은 상대의 말을 듣기도 전에 반박부터 시작한다. 자기 생각과 다르면 곧장 ‘틀렸다’고 선언하고, 상대의 말은 설명될 기회조차 없이 잘려나간다. 이 말버릇의 목적은 소통이 아니다. 틀린 너 vs 맞는 나라는 구도를 빠르게 만든 뒤, 그 위에 본인의 논리를 쌓아 올리는 것이다.
“그럴 땐 이렇게 해야지.”
“그런 건 몰랐어? 다들 그렇게 해.”
“다음부턴 그렇게 하지 마.”
조언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지시에 가깝다. 듣는 사람이 뭔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전제로 말을 시작하고,
본인은 문제 해결자처럼 군다.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정답을 던지며 지도하려는 태도가 대화의 온도를 급속히 낮춘다.
“아까는 그렇게 안 말했잖아?”
“말 바꾸는 거야? 앞뒤가 안 맞잖아.”
“정확하게 다시 말해봐.”
이들은 상대의 진의보다 단어 선택이나 표현의 정확성에 집착한다. 대화의 핵심은 사라지고, 말의 형식만 가지고 시비를 건다. 결국 듣는 사람은 내가 뭔가 계속 잘못 말하고 있는 건가 싶은 자책에 빠지고, 대화는 서로의 감정이 아닌 논리게임의 장으로 바뀐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서 그래.”
“그건 네가 자존감이 낮아서 그런 거야.”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그렇게 될 거라고.”
마치 궁예라도 된 것처럼 상대를 분석하고 해석한다. 대화 도중 의견 차이가 생기면, 개인의 성향이나 결함으로 결론을 내린다. 이 말버릇은 상대방의 말을 검토하지 않고, 상대 그 자체를 판단의 대상으로 삼는 위험한 방식이다. 한두 번 듣고 나면, 그 앞에서는 말하고 싶은 욕구 자체가 꺼진다.
“그러면 네 말은 이러이러하다는 건데, 말이 돼?”
“그 논리는 좀 이상하지 않아?”
“그럼 결국 네가 책임 안 지겠다는 거지?”
이들은 말을 차분하게 하지만, 내용은 공격적이다. 자신은 조리 있게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말을 압박하고 반박할 구멍을 찾아내는 데 집중한다. 결국 상대는 자꾸 말이 꼬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몰리게 된다. 대화는 감정의 교환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구조가 되어버린다.
이들은 단순히 말을 세게 하는 게 아니다. 자기 말이 무시당할까 봐, 스스로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먼저 공격적으로 나선다. 불안을 방어하는 방식이 ‘말로 이기려 드는 말투’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말버릇은 결국 상대를 지치게 하고, 관계를 닫게 만든다. 말로는 이겼을지 모르지만, 함께 나누는 신뢰는 모두 잃는 방식이다.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조금 다르게 느꼈어.”
맞거나 틀리다는 프레임에 들어가지 않고, 애매함 속에 여지를 남기면 상대는 더 이상 몰아붙일 수 없다.
“그 말은 내가 잘못했다는 뜻이야?”
“네가 보기엔 내가 문제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어?”
의도를 확인하는 질문은, 상대가 무의식적으로 던진 말의 권력성을 드러내 상대를 멈칫하게 만든다.
“그렇게 말하면 나는 방어적으로 느껴져.”
“그 말투가 조금 부담스럽게 들려.”
팩트로 반박하지 말고, 느낌을 정확히 말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다. 감정은 반박할 수 없는 언어다.
“지금은 조금 피곤해서 이 얘기는 나중에 듣고 싶어.”
“잠깐 끊었다가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
대화를 계속할지 말지는 선택의 영역이다. 말로 밀리는 느낌이 들면, 시간을 끊는 것 자체가 당신을 지키는 방법이다.
더 이상 말로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 침묵도 하나의 말이다. 적극적인 무반응은, 그들의 논리를 더 이상 받아주지 않겠다는 행동의 경계선이다.
말리지 말자.
대화는 서로가 사라지지 않고 남을 수 있도록 지켜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상대가 말을 무기처럼 휘두른다면, 나도 내 말로 나를 지켜야 한다. 지지 않는다는 건 상대를 이기겠다는 뜻이 아니다. 나를 지키고, 더는 작아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말로 이겨먹으려는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나 스스로를 지켜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