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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사유

존재에서의 창조

by 혁이창

나는 오랫동안 창조란 철저한 계획과 명확한 목표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앞을 내다보며 구조를 짜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 창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의 시점은 ‘지금’이 아닌 ‘미래’에 가 있었고, 창조는 어떤 것이 되기 위한 행위였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그동안 창조를 통해 무언가가 되려 했고, 그 되려는 마음은 늘 계획과 통제, 긴장 속에서 작동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감각하고 있다. 무언가를 되려 하지 않아도, 내가 온전히 존재할 때 오히려 더 순수하고, 더 근원적인 창조가 나를 통해 흘러나온다는 것을.


결국 나에게 필요한 건, 창조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충만함 속에 머무는 용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창조는 결코 나를 조급하게 하지 않고, 억지로 되게 하지 않는다.


그저 나를, 나로 온전히 살아가게 한다.

혁이창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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