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랫동안 창조란 철저한 계획과 명확한 목표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앞을 내다보며 구조를 짜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 창조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의 시점은 ‘지금’이 아닌 ‘미래’에 가 있었고, 창조는 어떤 것이 되기 위한 행위였다. 무언가가 되기 위해,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그동안 창조를 통해 무언가가 되려 했고, 그 되려는 마음은 늘 계획과 통제, 긴장 속에서 작동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감각하고 있다. 무언가를 되려 하지 않아도, 내가 온전히 존재할 때 오히려 더 순수하고, 더 근원적인 창조가 나를 통해 흘러나온다는 것을.
결국 나에게 필요한 건, 창조를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충만함 속에 머무는 용기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창조는 결코 나를 조급하게 하지 않고, 억지로 되게 하지 않는다.
그저 나를, 나로 온전히 살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