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쟁이가 되다.
개는 3개월의 잠정적 주인평가 기간을 지나 개의 진면모를 드러냈다. 한편으로 개의 신임을 얻어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개의 적극적인 자기표현이 두렵다.
개는 고집쟁이가 되었다. 개는 길을 가다 나와 가고자 하는 곳이 다르면 자주 주저 앉는다. 개는 가고 싶은 곳을 참지 않는다. 개는 힘차게 목줄을 끌고 나도 끈다. 그렇게해도 내가 따라주지 않으면 개는 주저 앉는다. 처음에는 마냥 귀여웠으나 나중에는 짜증이 났다. 행인들의 시선도 무시할 수 없었다. 개와 산책을 나가는 것은 개의 고집을 참아주고 잘 구슬려 기어이 나의 의지에 따르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 요구되는 개와의 밀당, 간식을 매개로 한 협상, 최후의 으름장, 기어이 물리력을 행사해야 하는 상황까지 겪으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은 가끔 개를 원망하게 만든다. 바닥에 주저 앉아 나와 시선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이 개가 진정 내가 사료를 사 먹여 키우는 개가 맞나 싶다.
개가 짖기 시작했다. 개는 남자 주인을 보고 짖는다. 남자 주인은 평소와 같이 아침을 먹고 있었다. 개는 남자 주인이 먹기 시작하자 남자 주인의 근처에서 어슬렁 거린다. 개는 입을 벌리고 남자 주인을 간절하게 올려다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개는 웃몸을 낮추고 엉덩이를 치켜세운다. 그리고 짖는다. 웡웡. 으르르 웡웡. 개는 주인을 해할 의도가 전혀 없지만 주인에게 무엇인가 얻어 낼 의도는 다분하다. 그러나 개는 비굴해지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끙끙대는 대신에 개는 당당하게 짖는 것을 선택했다. 개는 짖고 엉덩이를 흔들고 일어나서 짖고 당당하게 나도 음식! 이라 표현한다. 그러면 남자 주인은 개에게 지지않기위해 함께 짖는다. 개가 한번 짖으면 사람도 한번 짖는다. 그렇게 약 10초 남짓 그들만의 대화가 이어진다.
개와 사람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나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