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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세미 Sep 11. 2022

덴마크에서 추석맞이 윷놀이, 바나나로 대신하기.

해외에서 윷놀이란.. 사치품. 그렇지만 불가능은 없다.

해외에서 윷놀이를. 진짜 진짜 할 생각도 못했다.

살 생각도 해보지 않았고, 그렇다고 한국에서 가져 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추석 윷놀이도 중학교 이후론 해 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고스톱이라면 또 모를까?

고스톱은 진짜 덴마크에선 사치품이다.

물론 찾아볼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한인마트가 딱 하나 있는데 그마저도 제품이 몇 개 없다.



덴마크, 해외에서 추석맞이


나는 사실 해외에서 약 10년 정도 살아서 솔직히 이제는 추석에는 감흥이 없을 줄 알았다.

아시아에서 살 때는 시차도 별로 없고 한국 프로그램도 즐겨봐서 추석 느낌이 있었지만,

덴마크에서는 사실 거의 없었고 추석 인사를 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사실 남편이랑 나는 추석맞이 한국음식을 하려고 했다. 잡채, 갈비찜, 나물 등등

하지만 남편도 며칠 전 일본 출장에서 돌아와서 최근에 한국음식을 많이 해서 별로 당기는 게 없었다.

끝내 우리는 음식을 안 하기로 결정했고,


그냥 나가서 코스 디너를 먹고 재즈바를 가기로 했다.

나름  추석 하루를 신나게 보내려고 했다.

우리는 저녁을 근사한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먹고 재즈바 갔다가 집에 왔는데

오는 도중에 달이 무척이나 예뻤다. 그리고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다... 추석 느낌.

나는 갑작스럽게 남편에게 말했다.


“추석에는 보드게임이나 게임도 엄청 많아”

남편은 피곤하고 눈이 감긴 채로 대답했다.

“그래? 오징어게임처럼?”

“웅 오징어게임에 나오는 게임 말고도 훨씬 많아. 예를 들면 윷놀이”


나는 남편에게 윷놀이에 대해 설명해 주었고, 그 순간 슈퍼마켓이 보였다.

“스틱같은걸 찾으면 되는데… 흠… 맞다! 바나나!!!”


나는 재빨리 슈퍼마켓에 들어가서 단단한 바나나 네 개를 집었다.

남편이 피곤하다는 말을 무시하고는 게임을 하자고 했다.


수제 바나나 윷놀이 던지기


일단 바나나에 표시를 해두고, 급하게 바둑돌이 될 만한 것을 찾았다.

나는 한국인이니까 한국동전, 남편은 덴마크 동전을 4개씩 가져왔다.

그리고 윷놀이판을 만들었다.


남편에게 룰을 설명했는데 사실 설명하기 쉬웠다.

일단 도개걸윷모를 설명해줬고,

동전 말을 합치는 것과 네모 동그라미에 안착할 시, 빠른 길로 가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x표에 동그라미 친 빽도

그리고 빽도가 있다는 것, 도에서 빽도로 가서 나가는 법도 가르쳐줬다.


남편은 일단은 알겠다고 했지만, 해봐야지 알 것 같다고 했다.


결과는 대성공.


다만 바나나가 조금만 더 가벼웠다면 좋았을 것 같다.

처음에는 낙방도 해서 실패를 많이 했지만, 남편은 곧잘 내가 하지 못하는 윷과 모를 자주 했다.

그리고 남편은 빽도의 가능성이 낮다며, 하나하나씩 빨리 나가는 방법을 택했다.



남편이 이겼다.

분하고 또 하고 싶지만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사실 바나나? 무리수였지만 충분히 했고 사실 재밌었다.

음식으로 장난치기는 싫었지만, 사실 단단해서 내일이나 모레 다 먹어치우면 된다.




해외에서 안 되는 건 없는 거 같다.

없으면 만들면 된다. 


그리고 사실 외국에서 (모든 외국은 아니다) 살 때는 찾을 수 있는 것보다 찾을 수 없는 게 더 많은 거 같다.

그냥 거기에 만족하며 사는 거고, 그러기 때문에 욕심 또한 줄어드는 것 같다.

코 닿으면 뭐든지 찾을 수 있는 한국이 그립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해외에서 살 때는 가질 수 없는 것 들에 대하여 더더욱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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