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이상적인 일상
아마 집에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직접 구매했거나, 지인으로부터 선물받아 한 번쯤은 사용해보았을 무드등.
따뜻한 주황빛을 기본으로 하여 하얀색, 그리고 무지개같은 다양한 색과 화려하고 간결한 디자인의 무드등은 이미 시장에 포화상태이다. 그러나 계속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무드등이라는 제품에 대한 크리에이티브의 다양성은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당신은 무드등을 바라보면서 무엇을 보십니까? 당신은 무드등에서 무엇을 느끼십니까? 당신이 무드등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타인에게 선물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어느 날, 잠들기 전 방 한구석에 자리잡아 소담히 열광하는 무드등을 바라보며 생각해보았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표적인 것들을 골라보면 아래와 같다.
1) 무드등을 켜고 자면 잠이 잘오는 것 같다
2) 바라보고 있으면 힐링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3) 인테리어 소품으로 이쁘다
4)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좋다
5) 등등...
이러한 이유들만으로도 무드등을 구매하고 사용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무드등을 사용하는 소비자이기도 한 우리가, 무드등을 바라보며 느끼고 생각하는 그 무언가들이 근본적인 니즈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는 무드등과 같은 조명 아래 행복한 추억을 보냈던 추억을 회상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어렵고 차가운 대인 관계로 인해 상처 받은 마음을 따뜻한 무드등에서 보이지 않는 인격체의 위로를 받을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하나의 꿈을 기원하는 무언가의 상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저 단순히 이쁜 인테리어 소품이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제품이었다면 이미 포화상태가 되어버린 시장에서 쇠퇴기를 걸으며 새로운 디자인의 무드등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누군가에게 무드등은 1차원적인, 표면적인 감각과 감정을 넘어 보이지 않는 추억과 꿈, 마음을 어루만지고 영감을 주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을까.
일반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들은 저마다 1등이거나 유명한 브랜드나 제품/서비스가 있기 마련이다. 그저 쇼핑 랭킹 순위 1위가 아니라, 인지도 측면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무드등이 있을까? 개개인마다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면 과연 그것들은 얼마나 공통된 데이터로 보여질 것인가.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과 스타일, 선호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그만큼 무드등도 다양한 색상을 지원하는 기능과 디자인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만약 위에서 언급했듯이 표면적이고 1차원적인 니즈가 아닌 더 한 단계 들어간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무드등이 있다면 어땠을까? 어머니의 따뜻한 정과 품을 연상시키는 무드등이 있다면 잘팔리는 제품이 되었을까? 심층적인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무드등의 솔루션은 무엇이 있을까?
무드등에 스토리텔링을 입혀, 누군가에게 무드등으로 추억을 만들어주거나 회상하게 할 수 있다면 더욱 특별한 무드등이 되지 않을까? 마케터인 우리는 명분이 있고 성과가 있는 마케팅을 하기 위해 제품 기획 단계부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초점을 두어 기획을 하곤 한다. 정량적인 것이 우선되어 객관적인 지표로 데이터화하기 어려운 정성적인 요소를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적은 비중으로 고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마음을 가진, 감정과 생각을 가진 생명체인 사람이기에 때로는 하이리스크일지라도 모험을 통해 정성적인 측면을 비중있게 고려하여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켜보는 기획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집에 돌아가 방 한켠에 있는 무드등을 켜고 바라보았으면 한다. 당신이 무드등을 통해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따뜻하고 행복한 순간입니까, 위로 받고 싶은 하루의 조각입니까, 그 순간과 조각에서 당신을 행복하게 하고 위로를 준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순간과 조각의 밝기와 온도는 어떻습니까?
무드등을 10개 이상 사본 저에겐 모든 무드등이 같은 밝기와 온도로 저에게 하루를 말해주었습니다.
마케터인 우리가 고객들에게 밝혀줄 수 있는 밝기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온도는 무엇일까요?
* 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