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는 오늘 밤도 화가 난다

경선이의 육아분노일지

by Anne s Library

Episode 3. 분노의 쇼핑

경선이는 쇼핑을 사랑했다. 열심히 일해 번 월급으로 스스로에게 한 달에 한번 쇼핑의 날을 선물했고, 스스로 경제적 책임을 질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그녀는 현명한 소비를 했다. 하나하나 착장 하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으며, 다음 달 필요한 아이템을 기다리는 일도 그녀의 일상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이젠 이 모두가 과거가 되었다.

현재 경선이에게 쇼핑이란, 쿠팡 구매가 전부였다. 단 하루 라도 쉬고 싶어 질 정도로 쿠팡의 노예가 되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용품은 사도사도 끝이 없었다. 아이가 성장할 때마다, 필요한 물품들은 나날이 늘어갔고, 이유식을 시작 한 이후, 각 종 재료들 마저 쿠팡으로 주문하는 그녀다. 매일 아침 그녀의 집 앞에는 쿠팡에서 배달된 물건들이 쌓여있었으며, 아이가 잠이 들면, 그것들을 하나하나 풀기 시작한다. 이때 경선이는 또 한 번 화가 난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이 많은 배송품들을 하나하나 여는 것도 일이고, 정리를 해야 하고, 또 분리수거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선이는 나름 지구의 환경을 의식하며 살고자 한다. 아이가 생 긴 이후, 아이들의 살 환경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하여 경선이는 분리수거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쿠팡은 그녀를 도와주지 못했다. 비닐에 붙은 배송용지는 칼로 따로 도려내야 했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날카로운 칼날에 손도 여러 번 베였다. 종일 설거지를 하고 있는 경선이에게는 손에 작은 상처라도 치명적이다. 음식을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아이를 씻기는 일이 종일 반복되니, 상처가 쉽게 아물지를 않는다. 칼날에 베인 건 손가락인데, 경선이는 마음까지도 같이 베인 기분이다. 이러한 상처들은 하나 둘 마일리지처럼 쌓여가는 중이다. 분명 물건을 하나하나 고르는 일에 행복을 느끼고, 신중하던 그녀였으나, 이제는 물건을 검색하는 것조차 피곤함을 느낀다. 누군가 알아서 필요한 물건도 주문해 주고, 정리까지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유일하게 가능한 그 누군가는 전혀 그럴 맘이 없는 듯하다.

경선이는 오늘 밤도 쿠팡 앱을 켠다. 장바구니에 담긴 것들을 확인하며, 주문을 하려는데, 저 아래 리스트에 그녀가 오래전에 담아 놓은 경선이의 위시아이템들이 눈에 들어온다. 유난히 육아가 힘들었던 오늘 살며시 구매선택을 누른다. 하지만 이내, 취소 버튼을 누른다. 이 물건이 내게 정녕 필요한가 싶고, 이 돈이면 아이 물건 하나 더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경선이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구매취소를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