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의 육아분노일지
Episode 4. 분노의 외식
경선이에게 외식은 양날의 검과 같다.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과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 하지만 그에 따르는 절차와 대가는 상당하다. 먼저 아기의 밥시간과 맞춰 집을 나서는 것이 좋다. 아이의 배고픈 상태와 나의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은 비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외식을 하기 전, 아이를 위한 메뉴선정에 더욱이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영양사에 버금갈 정도의 양과 취향 그리고 비상식량까지 고려한다. 음식뿐만 아니다, 그 외 식기류와 턱받이 등등 준비사항이 많다. 그렇게 아기를 위한 도시락이 완벽히 갖춰져야 나설 수 있다. 사실상 경선이는 이미 이 절차 속에서 지친 상태이다. 평소대로 집에서 그냥 대충 끼니를 해결할까 와 그래도 기분전환 겸 외식을 하자는 두 마음 상태가 경선이를 흔들어 놓는다이왕 모든 준비를 끝낸 경선이는 집을 나선다.
예전의 경선이의 식당 고르는 기준은 메뉴 하나였다. 거리나 가격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아이가 지치지 않을 단거리 안에 있을 것! 아기 의자가 구비되어 있을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항인 노키즈 존이 아닐 것! 이 모든 것을 확인한 후에 식당을 들어가게 된다. 경선이에게 외식이란 마치 전장에 나가는 용병과 다를 바가 없을 만큼 철저한 준비성을 요한다. 이에 그녀는 화가 난다. 그저 맛있는 음식을 편하게 먹고 싶을 뿐인데, 이마 저도 이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에 서글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진정한 분노는 식당 안에서 시작한다. 아이의 먹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 아직 그녀의 음식이 나오지 않았는데, 아이의 음식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하다. 불안한 예감은 예상을 적중했다. 음식이 나오자마자 아기는 의자에서 나오려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고 남편과의 교대 식사가 시작된다. 먼저 먹으라는 남편의 배려에 아기와 남편은 잠시 나가고 나만의 속도전이 시작된다. 아기가 남겨둔 초토화된 식탁과 그 잔해 속에서 홀로 앉아 허겁지겁 먹는 경선이는 또 한 번 서글프다. 그래도 하나 더 먹으려 더욱이 속도를 낸다. 천천히 먹으라는 남편이 말이 무색할 만큼 이미 아기는 남편의 품에서 아기 악어가 되어 있다. 더 이상의 몸부림을 견디지 못한 남편은 식당으로 들어오고, 그녀의 1차 식사는 끝이 난다. 아기를 데리고 나간 그녀는 여분의 음식을 조금 더 챙기지 않은 자신에 화가 난다. 여기에 남편의 식사는 생각보다 길어지고, 결국 아기를 데리고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간다. 다시 3명의 가족이 한 식탁에 앉는다. 아이를 달래려 물티슈를 시작으로 조금 더 아이를 앉혀 놓으려 갖은 노력을 하는 경선이다. 결국 핸드폰을 꺼내 든다. 아기의 영상시청은 해롭다는 것을 아는 그녀이지만, 더 이상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 그동안 찍는 아기의 영상과 사진들을 보여준다. 이내 평화가 찾아온다. 경선이에게 허락된 2차 식사이자 마무리 시간이다. 이 시간만큼은 아기를 돌볼 여유가 없다. 최후의 만찬 마냥 입에 음식을 넣는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아기로 인해 어질러진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동시에 따가운 시선도 느껴졌다. 마치 아기를 영상과 함께 방치하고 식당에 민폐를 끼친 엄마가 되어 있었다. 경선이는 분명 아기가 던진 것들이 널 부러져 있는 바닥을 치웠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 줍다간, 외식을 나간 건지 쓰레기 줍기 봉사를 나간 건지 모를 터 여서 잠시 그대로 두었는데, 옆 테이블의 아주머니 시선이 따갑다. 화가 난다. 외식 한 번이 이리도 전투적일 수밖에 없는 사실이 화가 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는 외식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그녀이다. 부엌에는 아이의 도시락 설거지가 산처럼 쌓여 있다. 분명 간편함을 위한 외식이었는데 그녀의 피로도는 평소의 두 배이다.
하지만 이내 경선이는 인스타에서 나오는 신상 식당에 눈을 둔다.
그렇게 다시 한번 스크린 캡처를 하며, 그녀는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