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이는 오늘 밤도 화가 난다

경선이의 육아분노일지

by Anne s Library

Episode 5. 분노의 자유시간

경선이가 자유시간에 자유를 느껴보지 못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그건 아마도 출산 이후의 시간인 것 같다. 흔히들 천국이라 불리는 조리원에서 조차 경선이는 자유를 누릴 수 없었다. 생각보다 타이트한 조리원의 하루 일과 이외에 경선이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사정이 있었다. 그녀의 아기는 선천성심장기형으로 마지막 태아초음파에서 심장에 구멍이 있다는 심실중격결손 진단을 받았다. 이 순간부터였을까? 그녀는 모든 것에 자유로울 수 없었다. 아이의 출산이 다가오는 날까지 건강히 태어날 수 있을까 라는 조바심과 초조함에 그녀는 늘 불안했다. 걱정과 달리 무사히 출산한 그녀지만, 조리원에서 맘 편히 쉴 수 없었다. 흔히 수유콜이라 불리는 인터폰이 그녀에게는 ‘공포콜’ 그 자체였다. 혹시나 아기 호흡에 문제가 생겨 부르는 것은 아닐지 노심초사였다. 먹는 것 자는 것 무엇 하나 맘 놓고 할 수 없었다. 화가 났다! 그리도 어렵게 갖은 아기였는데, 이러한 시련을 또 겪어야 한다는 사실에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결국 경선이의 아기는 백일즈음에 수술을 받아야 했고,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순간과 시간들은 어느새 과거가 되었다.

일상적인 육아를 시작한 경선이는 자유시간은 아이가 잠든 시간과 일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외에 시간의 경선이와 아기는 한 몸이었다. 아기가 잠에 든 순간, 그녀에게도 자유시간이 찾아왔다. 방에서 나온 경선이는 먼저 발에 치이는 장난감 정리를 시작한다. 실수로 작동음을 끄지 않은 장난감이 울리는 순간, 몸을 던져 전원버튼을 끊다. 새삼 소리가 나는 장난감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후, 밀린 설거지를 시작한다. 물을 쪼르륵 틀고, 아기가 깨지는 않는지 수도탭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한다. 제일 먼저 자유의 신호를 주는 곳은 그녀의 위장이었다. 일어나 낮시간이 되도록 제대로 된 식사 한 끼 하기도 힘들다. 이제 경선이는 김밥은 한 10년은 못 먹을 것 같다. 육아를 하며 빠른 시간 안에 소리가 나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김밥은 지난 2년 그녀의 자유시간을 담당해 왔다. 하기만 이제 작별을 해야 할 것 같다. 새삼 먹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함을 깨닫는 그녀이다. 식사를 하려는 찰나, 깜박하고 주문하지 않는 물건들이 떠오른다. 장바구니를 검색하다 평소 관심 있어하던 물건이 할인하는 사실을 발견한다. 부랴부랴 물건들을 장바구니에 담는다. 경선이는 시간을 보며 놀랜다. 아직 자유를 얻지 못했는데, 아기가 깰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밥을 데우는 경선이는 마지막 몇 초를 남겨 두고 정지 버튼을 누른다. 전자레인지의 종료 알림음이 너무 큰 탓이다. 반찬을 부지런히 꺼낸다. 오늘따라 반찬 뚜껑을 여는 소리가 너무 크다고 느낀다. 아기를 키우는 이후, 모든 소리에 예민해진다. 봉지소리가 이리도 거슬리고 큰지 경선이는 육아를 하고 나서 알게 되었다. 드디어 밥을 먹으려 수저를 든다. 그 순간,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아직 깰 시간이 아님에도 아기는 그녀의 자유로운 식사 시간을 허락해 주지 않았다. 차린 음식들을 한쪽에 치우고, 아기와 놀아주며, 왔다 갔다 오늘도 스탠딩식사를 한다.

테이블 위에 자유시간에 읽으려 내놓은 책 한 권에 눈에 들어왔다. 2주째 1 챕터 이상 읽지를 못하고 있다.

유일한 자유시간에 자유롭지 못한 경선이는 좌절한다.

엄마의 식사시간을 뺏은 것이 미안했는지, 오늘따라 아기가 빨리 저녁잠에 든다. 생각지도 못한 이른 육아퇴근! 이제라도 누리지 못한 자유시간을 보내려는 경선이다. 하지만 사진첩을 들여다본 경선이는 아기의 사진과 영상들을 보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분명 분노의 자유시간이지만, 아기의 미소에 그 무엇도 대항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