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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평살이 Jun 03. 2021

퍼시 아들론의 바그다드 카페(1987)을 보면서

마음은 그렇게 우릴 찾아온다.


퍼시 아들론의 바그다드 카페를 보았습니다.


퍼시 아들론은 뮌헨 출신으로 바이에른 시골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그의 영화들이 여성을 주지하는 경향성들이 있는데, 이는 어린시절부터 경험해 온 강직한 엄마의 영향이 컸다고 전해집니다. 바그다드 카페의 독일 제목은 Out of Rosenheim 으로 로젠하임은 뮌헨에 속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하니 자신의 경험과 바램이 투영 되었을 확률이 높죠.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가 인상적이었던 점은 카메라를 사용하는 기법이라든지 미장센들이 영화에 따뜻하면서도 기이한 연출을 돋보이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부에 야스민과 남편이 다투면서 화면을 대각선으로 비추는 장면, 그리고 미국안에 '바그다드'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카페안에 이질적으로 존재하는 다양한 색감들은 영화의 분위기를 형성하기에 충분한 것들로 보여집니다. 언급 했듯이 이 영화는 페미니즘 영화로 보이지만, 공동체가 지향해야 하는 관계의 에너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바그다드 카페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야스민을 비롯한 많은 인물들은 각기 어려움을 갖고 있지만 그 상황을 타개할 생각도 할 수 조차 없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야스민은 남편하고 다툰 후에 사막에서 바그다드 카페를 만나지만, 결국에 비자문제로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인물이고, 브랜다는 잉여로 살고 있는 남편으로 인해 자녀들의 양육과 카페를 운영하면서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고, 루디 콕스는 나이가 들었지만 변변치 않은 집 하나 없이 카페 옆에 있는 캠핑카를 개조한 장소에서 그림을 그리며 머물고 있었고, 카후엔가는 인디안 출신의 종업원으로 오랜 시간 이 미래 없는 카페에서 일해 왔으며, 데비는 타투리스트로써 카페가 함께 운영하는 여관에서 삶을 되는대로 살고 있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하루 하루의 삶에 의미가 전연 보이지 않지만, 야스민이 호텔에 들어오면서 그 공간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여관 로비가 정리 정돈되고, 브랜다의 자녀들은 자신들을 이해해주는 야스민을 따라 점차 가정에서 행복을 느끼게 되며, 콕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마음씨를 흠모하여 그녀를 위해 그림을 그리기도 합니다. 그녀가 가진 능력인 마술을 활용하여 점차 호텔에 사람들이 붐비게 되면서 관객들은 실상 변하지 않는 사막이란 척박함속에 오아시스를 찾은 사람처럼 환호하는 모습은 한 인간이 한 공간안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떠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해줍니다.



결국 인간이 돌아가야 할 마음이란건

영화에 등장하는 몇가지 요소들은 영화의 주제 의식과 쌍수를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메랑'과 콕스가 야스민을 그리는 장면이 바로 그러합니다. 이는 인간이 근본적으로 회귀해야 할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부메랑'은 힘을 많이 주는 것보다 어떤 방식으로 힘을 주고 던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람의 관계도 바로 그러하지요. 부메랑은 관계처럼 올바른 힘을 줄 때에 돌아오게 됩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입니다. 야스민은 외적으로 보았을 때는 살집도 있고, 외모도 출증하지 않기 떄문에 분명히 아름다운 여성상은 아닙니다. 그러나 콕스는 그녀를 보고 연신 '아름답다'라는 말을 합니다. 그러니까 이 말은 '힘'과 '아름다움'이란 건 결국 인위적인 것이 아닐 뿐더러 더 깊은 마음이란 층위에 존재하고 있음을 응시하게 하지요. 결국 자연적인 아름다움, 그것은 곧 마음씨라고 할 수 있겠죠. '바그다드 카페'도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아니 등장인물 모두가 그러합니다. 사막 한 가운데 주유소를 겸업하여 운영하는 초라한 카페, 여관의 외관은 사실 최악의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간입니다. 야스민에게도 이는 마찬가지였죠. 그런 최악에서도 우리는 이 영화의 주제곡처럼 울려 퍼지는 콜링유의 가사를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A desert road from Vegas to nowhere,

Some place better than where you've been

A coffee machine that needs some fixing

In a little cafe just around the bend


라스베가스로 부터의 막다른 사막길

이전에 가본 어디 보다 더 나은 곳

커피 머신은 좀 손봐야 하지만

굽은 길 바로 옆의 작은 카페


A hot dry wind blows right through me

The baby's crying and I can't sleep,

But we both know a change is coming,

Coming closer sweet release


불어닥치는 뜨거운 마른 바람

아기 울음소리로 잠 들지 못하고

하지만 변화가 다가옴을 우리는 알고 있지요

감미로운 자유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음을


I am calling you

Can't you hear me?

I am calling you

Oh

uh


그대를 부르고 있어요.

들리지 않나요?

나는 그대를 부르고 있어요.


이 영화는 인간에게 다가오는 행복과 희망이 단순히 환영이 아니라 실제로 다가오는 경험을 하게 해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마술은 환영에 불과하지만, 그 마술이 이끄는 행복은 진실이 되어 우리의 삶에 아름다움을 꽃 피우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지요. 그렇게 비로써 바그다드 카페는 마음의 오아시스가 되었습니다. 로젠하임출신의 야스민은 그렇게 그곳에 행복을 불어 넣었습니다. 마치 감독 본인의 삶에서 출발한 자그마한 소망처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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