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한잔

by 한자유

우울증은 한잔이다.


아니 한잔을 마시다 보면 필히 두 잔도 곧 모자라게 될 것이다.

분명히 갈증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마시다가 배가 무거워져 깊이깊이 저 깊이 점도가 높은 우울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게 될 것이다.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고개를 높이 들어 수면을 쳐다보면 나와는 달리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한잔씩 마시다 보면 다른 것도 마시게 된다.

마시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내 목을 억지로 타고 들어온다.


세상이 밉고 사람들이 싫어지고 고립되고 의심하고... 하루하루가 절벽에서 외줄 타기 하는 기분으로 살아간다.


괴롭다... 숨을 좀 제대로 쉬고 싶다.



나는 우울증 환자이다.

아니 우울증 한잔이다.


딱 한잔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누구나 거친 파도에 자신의 살결이 상하는 일이 생기지만 나는 그런 파도를 맞아도 아픈지 모르겠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난 배가 고픈지도 모르겠다. 아니 살아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내 얼굴 사진을 봐도 나의 얼굴을 구분하기가 어렵다.


분명 사람이라면 배가 고프고 아파하고 사랑하고 움직일 텐데.....

나는 그러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사람도 아닌 어떠한 존재인 거 같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끝내 자신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

나 또한 그랬다.


단 하나의 희망과 빛도 없는 길을 걸으며 마치 무의존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무의 존재... 태어나지도 않고 태어날 일이 없는 그런 무의 존재 그런 존재가 나의 꿈이었고 그렇게 되고자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된 계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과 환경.... 그리고 파국들이 있었다.


단 하나라도 누군가 당하게 된다면 분명 치명타가 될 것이다.


난 꾸준하게 어릴 때부터 그걸 먹고 괴로워하고 결핍이 생겨 이상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한때는 가족들에게도 외면당했다.


현재의 나는 어느새 20대 중반의 간호학과 대학생이 되었다. 이런 내가 간호학과 학생이라니 그리고 내년에 졸업을 두고 있다니... 머리와 몸이 컸다고 해서 나의 맘은 커지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간호하기에는 내가 너무 아프다 그러나 분명 나 보다도 더 아프고 힘든 이도 존재할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한다. 모두가 힘들다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나의 힘듦과 고통이 사라지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런 말을 듣고자 어렵게 나의 마음을 거칠게 꺼내어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여준 것이 아닌데...


나의 엄살인 걸까 나의 이런 마음은 구원받을 수가 없는 걸까 다들 날 이상하게 생각한다.


이런 마음을 위로받고 싶다. 나와 같은 그대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다.


같이 이 땅 위에 같은 하늘아래에서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전해주게 될 나의 긴 이야기가 그대들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대들이 그늘에 살짝이 비쳐오는 따뜻한 햇빛을 맞으며 살아가길 바란다.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을 뿐... 아무도 몰라주는 이런 암흑에서 나는 그대들의 희미한 작은 등대가 되어주고 싶다.


괜찮은 척하기에는 지쳤다. 힘들어도 된다 그러나 나의 글을 보고 딱 우울증은 딱 한잔만 마셔주길 바란다.


그대들을 두고 가지 않겠다 그러니 그대들도 나를 두고 가지 말아 달라.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