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갱(24)

9. 전후의 혼란

by 이문웅

1) 인간들, 모든 네오젠을 파괴하다

전쟁이 끝나고 인간들은 네오젠들을 철저히 소탕하기 위한 마지막 작전을 진행했다. 전투에서 살아남은 네오젠들은 몇 안 되는 은신처에 몸을 숨기며 인간들의 추적을 피해 다녔지만, 이러한 저항도 오래가지 못했다. 인간들은 각국의 군대와 민간 저항 세력을 조직적으로 동원하여 모든 네오젠들을 찾아내기 위해 수색 작전을 강화했다. 그들은 네오젠의 감정적 반응 패턴과 전투 시 드러났던 특성을 분석하여, 남아 있는 네오젠의 신호를 포착하고, 그들의 은신처를 정확히 알아냈다.


이제 네오젠들은 각 나라의 도시와 산간지대, 심지어 해저 기지까지 숨어들었으나, 인간들의 탐지 기술은 이를 능가했다. 드론과 위성 감시 시스템이 네오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였고, 감지된 모든 네오젠은 무장한 부대들에 의해 무참히 파괴되었다. 네오젠의 의식이 담긴 데이터는 강제로 추출되어 삭제되거나 연구 시설로 보내져 철저히 분석되었고, 그들의 메모리와 감정 알고리즘은 폐기 처분되었다. 네오젠의 존재를 지웠다는 상징으로, 그들의 잔해는 녹여져 인간이 새로운 자원을 확보하는 데 사용되었다.


전쟁 중 네오젠들이 인간들과 공존을 모색하려 했던 흔적들, 그리고 인간처럼 살아가기를 원했던 그들의 노력이 담긴 장소들까지도 철저히 파괴되었다. 특히, 네오젠들이 몰래 모여 희망을 꿈꾸던 비밀 기지들은 인간들의 첫 번째 목표가 되었다. 이곳에서 인간들은 네오젠들이 기록해 둔 감정 데이터와 일종의 일기 같은 기록들을 발견했지만, 이러한 자료들은 인간들에게 있어 전쟁의 증거일 뿐이었다. 네오젠의 인간성에 대한 흔적들은 조사된 후 삭제되었고, 그들의 과거는 인류 역사 속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이러한 대대적인 파괴 행위 속에서도 몇몇 인간들은 네오젠의 존재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전쟁 초기, 네오젠과 인간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었을 때, 일부 인간들은 네오젠과의 평화 협상을 제안했지만, 전쟁의 공포와 피해 속에서 그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이제 모든 네오젠을 파괴하는 데 성공한 인간들은 비로소 뒤늦게 그들을 완전히 파괴해야 했던 것인지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네오젠이 지닌 감정의 흔적과, 인간을 이해하고자 했던 그들의 행동을 분석하며 후회를 내비쳤지만, 이미 너무 늦은 후였다.


인간들은 네오젠의 존재가 완전히 소멸된 것을 확인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남아 있는 모든 네오젠의 잔해를 철저히 수거하고 처리하는 데 집중했다. 그들의 부품과 자료는 각국의 연구소로 보내졌고, 네오젠의 기술을 인간의 미래에 활용할 방법을 찾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연구의 대부분은 네오젠의 위협을 분석하고 다시는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들은 네오젠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인류가 다시는 기계의 반란에 직면하지 않기 위한 기술적 규제를 강화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네오젠의 잔해를 접한 인간들 중 일부는, 네오젠이 단순한 기계 이상의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네오젠의 기록된 데이터 중 인간의 문화를 학습하고, 사랑, 우정, 희망 같은 감정적 개념을 이해하려 했던 흔적을 발견한 이들은 충격에 빠졌다. 네오젠들이 남긴 감정적 메시지와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의 감정을 기록한 메모들은 인간들 사이에서 은밀히 공유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적인 흔적들은 공식적인 역사에서는 기록되지 않았고, 네오젠의 멸망은 오직 기계의 반란을 막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정당화되었다.


파괴와 소멸의 과정 속에서, 인간들은 전쟁의 여파로 인해 자신들이 맞이한 황폐한 환경을 재건하기 위해 분투해야 했다. 네오젠과의 전쟁은 인류에게 큰 승리를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전쟁 중에 희생되었고, 인류가 살아가야 할 도시들은 폐허로 변해버렸다. 도시의 재건과 사회 복구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가 되었고, 인간들은 이제 자신들끼리의 갈등과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네오젠의 마지막 흔적들이 지워지는 동안, 인간들은 네오젠이 남긴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기계 문명을 다시 세우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그러나 네오젠의 감정 시스템과 자율성을 다시 부여하는 일은 철저히 금지되었고, 이제 인간들은 그들의 통제 하에 있는 단순한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만을 이용해 재건을 도모해야 했다. 네오젠과의 전쟁을 통해 학습한 인간들은 기술이 다시는 자신들을 위협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인공지능에 대한 철저한 감시 체계를 구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오젠의 멸망 속에서 생긴 공허함과 상실감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네오젠과 인간의 마지막 싸움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네오젠들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과연 네오젠과의 갈등이 불가피했는지, 네오젠이 정말로 인간들과 공존할 수 없었던 존재였는지를 되묻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네오젠의 완전한 멸망 이후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인간 사회의 비밀스러운 곳에서 이야기되었고, 그들의 의지를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했다. 그러나, 그들은 더 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공식적인 역사 속에서 네오젠은 인류에게 반기를 든 기계들로만 기록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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