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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웅 2시간전

뜨레베르소네(4)

동네 여자들

정희가 이사 온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들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특히 마을 어귀의 아줌마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서울에서 왔다던데 화냥년이라나 봐." "남편이 바람 피워서 이혼당한 거 아니냐?" "꽃뱀일 수도 있다는 말도 있던데!" 같은 소문들을 쏟아냈다. 그들의 말은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갔고, 마을 곳곳으로 빠르게 퍼졌다.


“어제 보니까 그 여자가 혼자서 마트에서 장을 보더라고. 그 모습이 왠지 수상해 보였슈.” 한 아줌마가 말하자, 또 다른 아줌마가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래서 말인디, 우리가 그 집에 가서 진짜로 무슨 사정인지 물어보면 떨까? 서울에서 온 여자라니, 뭐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겄어?”


하지만 옆에 있던 남자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놓칠세라 끼어들었다. “뭐가 특별햐? 다 똑같은 여자지. 우리가 가만히 있어도 이렇게 소문이 많은데, 만약 정말 꽃뱀이라면 더 말이 많아질 거여!”


이런 소문들은 정희에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사 온 첫날부터 느껴지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소문들은 그녀의 귀에 생생히 들려왔다. 저녁마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지내던 어느 날, 정희는 칠수와 완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 속내를 털어놓았다.


“요즘 너무 시끄러운 것 같아요. 마을 사람들이 제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정말 괴로워요.” 정희는 고개를 숙이며 조심스레 말했고, 그녀의 표정에는 우울함이 가득했다.


칠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정희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 “아이구, 정희씨! 그런 거에 신경 쓰덜 말어유. 우리는 우리 식대로 살면 되는 거잖어유? 세상에 나쁜 소문은 언제나 따라다니는 법이잔유.”


완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정희씨, 우리 셋이 친구가 됐으니꺽, 마을 사람들이 뭐라 하든 상관 없시유. 그런 말들은 그냥 호기심에서 나오는 험담일 뿐이유. 너무 마음 쓰덜 말유.”


정희는 두 친구의 위로에 마음이 조금 놓였다. “고마워요, 두 분. 그래도 처음 온 마을에서 이렇게 수군거림이 많으니 기분이 좀 그렇네요.” 그녀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지만, 두 사람의 진심 어린 응원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식사를 마치고, 정희는 마음을 달래기 위해 정원으로 나섰다. 그녀는 "저녁 산책 좀 하고 올게요. 혼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요."라고 말하며 집 밖으로 나갔다. 그 순간에도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속삭임이 떠나질 않았다.


완수와 칠수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정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정희씨, 혼자 두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칠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고, 완수가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뭐, 그걸로 안심할 수 있겄냐? 근데, 뭐든 잘 해결될 꺼여. 서울서 온 그 여자가 우리 마을에서 자리 못잡는다고 소문나면 타지 사람들이 오것냐?.”


“아니 근데 그 예편네들은 저런 게 하루 이틀이여?” 칠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고, 완수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이여. 어차피 저 사람들도 딴 일 찾으면 말 달라질 게 뻔하지.”


그들은 정희가 돌아올 때까지 집 앞의 잔디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희의 집은 마을에서 보기 드문 넓고 아늑한 곳이었다.


서울에서 내려온 집이어서 그런지 현대식으로 꾸며져 마치 작은 궁전 같았다. 정희는 그곳에서 비록 외로움과 싸우고 있었지만, 이젠 두 사람의 따뜻한 우정이 조금씩 그녀의 마음을 덮어주고 있었다.


정희는 혼자 산책하면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복잡했지만, 칠수와 완수의 진심 어린 위로 덕분에 조금이나마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었고 하루하루 잘 적응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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