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내가 운기학에 대해 알게 된 것은 2009년 남짓이다. 당시, 나는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던 시기에 지리산을 찾았고, 그곳에서 스승님을 만났다. 스승께서는 깊은 산속, 작은 암자에서 수십 년 동안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전하고 계셨다. 그곳에서의 만남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고, 특히 운기학에 대한 스승님의 가르침은 내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스승께서는 자신을 "교승"이라 불렀다. 교승은 단순히 교단의 승려를 뜻하는 말이 아니라, 참된 지식을 나누고 무지를 깨우치는 역할을 의미했다. 그의 가르침은 단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우주의 이치를 설명하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며, 만물의 생로병사를 꿰뚫어 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게 배운 운기학은 단순히 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연의 순환, 인간의 삶, 우주의 법칙 모두가 하나의 큰 흐름 속에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다.
스승님의 가르침은 나에게 너무나도 깊고 넓은 것이었다. 그러나 스승께서 세상을 떠나신 이후, 그의 지혜를 실천하며 살아가는 이들을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마치 그 가르침은 고요한 산속에만 남아 있는 것 같았고, 세상의 소음 속에 묻혀 잊혀 가는 것 같았다. 나는 때때로 스승님의 마지막 가르침을 기억하며, 그 의미를 되새겼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점점 더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스승님의 가르침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그가 강조하던 자연의 리듬과 운기학의 지혜가,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승님과 만나고 20여 년이 지난 후, 나는 다시 한번 그 가르침을 되새기며 운기학을 쉽게 설명해 보고자 결심했다. 그것은 갑진년(甲辰年)의 가을이었다. 갑작스럽게 날씨가 추워져 아침 공기가 차갑게 느껴지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 나는 일어나서 거실 창문을 열었고, 차가운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며 목이 부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목이 칼칼해지고 기침이 났다. 평소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여겼겠지만, 그 순간 스승께서 말씀하시던 가을의 기운과 인체의 변화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스승께서는 가을에는 폐와 목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건조한 기운이 몸에 영향을 미쳐 쉽게 감기에 걸리거나 기관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하셨다. 그때 나는 물 한 잔을 마시며, 스승님의 말씀과 함께 운기학의 의미를 다시 상기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그 속에서 살아간다. 자연의 변화에 따라 몸도 함께 변화한다는 그 간단한 진리, 그러나 현대인들은 종종 잊고 사는 그 진리가 내 마음속에 깊이 다가왔다.
이 책은 이러한 스승님의 가르침과 《황제내경》의 지혜를 바탕으로, 운기학을 쉽게 풀어서 현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시도로 시작되었다. 《황제내경》은 고대로부터 전해져 온 동양의 중요한 의학서이다. 이 책은 황제와 그의 스승인 기백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의 건강과 자연의 변화, 그리고 기의 흐름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운기학은 바로 이 《황제내경》의 근간을 이루는 학문이다.
운기학은 오운과 육기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운은 목, 화, 토, 금, 수라는 다섯 가지 기운으로, 자연의 기본 요소를 의미한다. 육기는 풍, 한, 서, 습, 조, 화로, 여섯 가지 기후적 변화를 가리킨다. 이 기운들이 매년, 매 계절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결합하며 자연의 변화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 변화는 곧바로 인간의 몸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여름에는 화기가 강해져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겨울에는 한기가 들어와 몸이 차가워진다. 운기학은 이처럼 자연의 리듬에 맞춰 우리 몸을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독자들에게 자연의 변화와 그에 따라 우리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특히, 사계절의 흐름에 따라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과 일 년 365일 동안의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관리법을 중심으로 설명할 것이다. 현대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