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개그맨이자 국민 MC 강호동은 명언 제조기로도 유명하다. 그중 한 가지 말이 "생각이 많으면 실수를 한다. 하지만 생각이 너무 많으면 인생을 망친다."는 말을 했다. 참 별거 아닌 말이지만 나로서는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된 말이다.
그런데 그 결론은 강호동의 말에는 전제가 빠졌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건 바로 생각 앞에 "제대로"라는 부사다.
우리는 밝은 시간 동안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누군가와 만나거나 혹은 일을 하거나 혹은 자신이 하고 싶은 어떤 행위를 하며 지낸다. 하물며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생각하며 멍 때리는 일도 휴식으로 하기도 한다.
그렇게 밝은 시간대를 보내다가 저녁이 되면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쉼을 청한다. 그런데 실제로 쉬는 행위는 밝은 낮에도 가능하다. 한 여름 그늘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쉴 수 있는 것처럼 혹은 어느 시냇가 그늘에 몸을 눕히고 완전한 휴식삼매경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저녁의 쉼은 어둠 속으로 들어가는 행운을 갖는다. 지금은 스마트폰의 불빛이 불을 꺼도 거의 모든 사람에게 다시 빛으로 살아나지만 불과 삼십여 년 전만 해도 불을 끈 방에는 어둠밖에 없었다. 그 어둠을 운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라디오였다.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시그널과 이종환 씨의 음성이 들려오면 우린 스탠드 앞에서 어떤 노래의 가사를 적으려 볼펜과 공책을 준비하고 있었고 어떤 날은 공테이프에 노래를 녹음하려 그 노래가 시작되자마자 녹음을 누르고 끝날 때까지 집중해서 들었다. 지금은 지나간 추억이지만 그런 추억은 낮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나는 한 때 지리산 속에서 1년을 지내본 적이 있었다. 산속의 밤은 처음엔 두렵지만 점점 더 하나가 돼 가는 과정을 겪으며 별과 바람과 가끔 산짐승들의 소리들을 전해 듣는다. 그때부터 생긴 밤의 시간은 내게 사유하도록 주는 선물이 되었다.
밤이 되고 전등을 끄면 나는 나의 세계로 들어간다. 단어가 확장되는 시간이다. 나는 그런 밤이 좋다.
밤에 사유하는 많은 것들은 다시 새벽엔 문자로 태어난다. 이렇게 루틴이 되기까지 나의 밤은 수많은 번뇌 속에 힘들어했고 보이지 않는 길 위에서 방황했다.
어느 날 더 이상 몸부림칠 물조차 다 고갈된 나를 발견하고서야 나는 온전히 지금의 나를 인정할 수 있었다.
오늘도 밤이 찾아왔고 내겐 수많은 나의 단어들이 활개를 친다. 언제쯤 이 수많은 단어와 상황들이 잠을 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피곤에 지쳐 함께 잠드는 그 순간까지 나의 밤은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