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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오 Nov 19. 2024

시(3)

화화화

처음엔 불이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마음도 행동도 모두

내게는 불이었다.


공부가 불을 끈 후

불씨는 여전히 남아서

삼라만상에 도전하는 많은 미물에

화를 내리지만 더 이상 불은

나질 않았다.


어느 날, 내 안에 꽃이 피었다.

마음에 날아온 사유의 씨앗은

하루하루 비를 내리고

꽃을 피우며 더 이상

저 미물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또 시간이 흘러

미물이 내 꽃에 기어와

웃으며 뜯어먹고는

줄지어 다른 꽃봉오리로

소풍을 간다.

언제부턴가 나는 저 벌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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