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타오 Nov 24. 2024

시(4)

효자손

조용한 방

바닥에 맘대로 누워

노인 등을 왔다 갔다

네가 자식보다 낫다


몇 년 전

아는 동생 한 명이

형 등 긁어달라는 소리에

새벽 댓바람도 불기 전

찬바람 맞으며 이사 와서


고리 올이 다 풀려

이미 갈아줄 시간이 지난 채

밤이면 노인의 등을

왔다 갔다 일을 하곤

냉골 바닥에 나 뒹군다.


아마 중국일 거야

너의 고향 말이야

어딘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곧고 푸른 대나무로 나서

어느 장인의 손에 명을 다하고

만들어진 너


계절 변하며

노인의 등이 말라가고

건조한 공기 탓에 기침소리

끊이질 않는 조용한 방안에

그래도 노인 곁에 네가 있어

외롭지 않구나!

작가의 이전글 시(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