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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7)

오피스텔

by 이문웅

낮이 어둠일 때

하루는 고달프고

희망은 고달픈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


그 힘이 사라지면

낮도 어둠이다.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질 때 낮은

캄캄한 지옥


세상엔 온통

낮과 밤의 연속인데

구월동 조용한 방에는

아직 낮이 오지 않은

밤의 사유가 흐르고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공간에서

낮이 오기를 기다리며

어둠 속 먼 길을

헤매고 다닌다.


월급쟁이들에게

낮도 없고

밤도 없다는

어느 실직자의

한숨이 술주정으로

튀어나오는

오피스텔 복도


그 외로운 거처에도

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밤이 주는 어둠을

희망이라 부르는

작은 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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