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불이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마음도 행동도 모두
내게는 불이었다.
공부가 불을 끈 후
불씨는 여전히 남아서
삼라만상에 도전하는 많은 미물에
화를 내리지만 더 이상 불은
나질 않았다.
어느 날, 내 안에 꽃이 피었다.
마음에 날아온 사유의 씨앗은
하루하루 비를 내리고
꽃을 피우며 더 이상
저 미물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또 시간이 흘러
미물이 내 꽃에 기어와
웃으며 뜯어먹고는
줄지어 다른 꽃봉오리로
소풍을 간다.
언제부턴가 나는 저 벌레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