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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에스비 실종 사건

by 이문웅

노트북이 생명을 다하기 며칠 전, 나는 그동안 했던 많은 시간들의 기록들을 어딘가로 옮겨야한다는 생각에 평소 사두었던 유에스비를 찾아서, 노트북에 있는 이 것 저 것들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옮기는 시간은 책을 내기 위해 사유했던 수많은 자료들의 제목을 보며 나의 시간에 뿌듯함을 가진 시간이었다.


그리고 새 노트북이 도착한 날, 나는 이것 저것 다시 깔아야하는 것들을 깔고서 그동안 써놨던 "대한민국, 건국 영웅들"들을 출판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표지를 만들려고 유에스비를 찾았다.


하지만 유에스비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살면서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은 터라 웃으며 어딘가 분명히 잘 모셔놨을거야.라고 위안하며 그 날 밤 늦게 잠을 청했다.


평소 잘 꾸지도 않던 꿈을 꾸었는데 차키를 잃어버렸는데 아내가 잃어버리고 다시 또 준 키마저 잃어버리고 사람들은 아내에게 다른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아침에 잠에서 깬 나는 불편한 기분으로하루를 시작했고 아침부터 또 유에스비를 찾아 방의 이곳 저곳을 뒤적였다.


그래도 유에스비는 나오지 않았다.


나는 포기했다. 한숨을 내쉬며 "그래, 다시 또 쓰면 되지 뭐...."라며 실망스럽게 상황을 종료시키곤 친구와 만나기로한 약속 때문에 샤워를 하고 나갈 채비를 하기 시작했다.


새 노트북은 여전히 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고 있었기에 그 실망은 빨리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잠시 후 청바지를 입고 주머니를 펴기위해 두 손을 넣었을 때 왼손에 잡히는 작은 물체.


나는 그 순간 그동안 잃어버렸던 행복의 박장대소를 하며 주저 앉았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 의자에 앉으며 한참을 웃었다. 그리곤 그 유에스비를 노트북에 꽂아서 내용을 살피며 또 웃었다.


아...이것도 했었지...


대한민국 건국영웅들 파일을 찾아서 다시 표지 작업을 하던 중 마음이 바뀌었다.

부크크에서 출판은 더이상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멈췄고 유에스비는 다시 책상위에 다시 놓여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약속 장소로 가던 도중 비켜라 운명아의 엠알을 틀고는 연신 입을 맞춰서 연습아닌 연습을 하며 가던 도중 문득 유에스비에게 말했다.


고맙다. 돌아와줘서...


가던 도중 전한길 강사가 세상을 향해 말하는 고견을 들으니 마음이 더 시원해진다.


그리곤 함께 빌어본다.


돌아와라! 위대한 자유대한민국


주말 계양역으로 가는 길은 황사가 낀 우충충한 날씨임에도 운동하려 나가는 사람들이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고 나의 유에스비 실종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고맙다. 돌아온 유에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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