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의 전도(顚倒)

by 이문웅


사회적 분화는 어느 순간부터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가 되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계급이나 직업, 소득만으로 인식하지 않게 되었고, 대신 무엇을 믿고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로 서로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의견 차이나 정치적 입장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치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가 뒤집히는 과정이었고, 대한민국 사회는 그 전환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채 통과해 버렸다.


대한민국은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신분제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이후, 누구나 법적으로는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사회로 전환되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쟁을 거치며 교육의 보편화와 산업화가 진행되었고, 적어도 제도적 차원에서는 누구나 노력하면 이동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회의 기본 전제가 되었다. 이 믿음은 고도성장기 동안 실제 성과로 뒷받침되었고, 성장은 곧 정의처럼 받아들여졌다.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빨리 따라잡는 것이 곧 옳은 선택이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불균형과 비용은 ‘나중에 해결할 문제’로 밀려났다.


문제는 성장이 멈추거나 둔화되기 시작하면서 드러났다. 성장이 더 이상 모든 갈등을 덮어주지 못하게 되자, 사회는 분배의 문제로 이동했지만, 그 분배는 공정의 언어가 아니라 적대의 언어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누가 더 기여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가져갔는가가 중심 질문이 되었고, 책임과 권리의 균형은 점점 무너졌다. 이때부터 가치의 전도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유는 책임과 함께 논의되던 개념에서, 요구만 남은 권리의 언어로 바뀌었다. 공정은 규칙의 일관성을 의미하던 말에서, 결과의 재분배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평등은 조건을 맞추는 개념에서 결과를 같게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가치들은 서로 충돌했지만, 조정되지 않았고, 대신 정치적 진영에 의해 선택적으로 소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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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打誤 저서 : 동아시아오딧세이, 행복의 공식, 대한민국 건국영웅들, 네오젠, 네오젠시티, 네오갱, 사미예찬, 트레 뻬르소네, 라이프캡슐 예명 : 이타오 AI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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