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같은 만남)
매년 어버이날은 딸의 깜짝 선물 이벤트로 황홀했었다. 평생 가도 잊지 못할 날로 항상 보냈는데, 올해는 딸의 부재로 아들의 금일봉과 식사로 대신했다. 어버이날 아침, 웬일로 딸아이가 가족 톡 방이 있는데도, 엄마 아빠만 달랑 초대해서 방을 또 만들었다. 거기엔 장문의 편지글이 빼곡히 차 있었다. 이렇게 본인 속내를 직접적으로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아 어버이날 글로 대신한다는 말과 함께. 평소에도 표현을 자주 하는 아이라서 별스럽지 않게 읽어 내려갔다.
지금 딸은 엿새 날 동안 아마존강을 따라 항해 중이라고 한다. 해먹에 누워 강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수상가옥에서는 작은 배를 타고 와서 어린 아이들을 딸이 타고 있는 배에 올려보내 구걸하더란다. 그곳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선택지 없이 살아가는 아이들을 보며 마음 한쪽이 불편했다고 하면서.
딸아이가 세계여행을 하면서 순간마다 깨닫는 것은 정말 다양한 삶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것은 정말 순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그런 삶을 가능하게 해준 부모님께 참 감사하다는 말도 서슴지 않고 전해주었다. 옳고 그른 길을 가르쳐주고, 잘 키워주고, 학교에 다니게 해주고, 기술을 배우게 해주고, 본인 선택을 존중해 주는 등. 이렇게 감사한 것들이 셀 수 없이 많은데, 너무 길어질까 생략하겠단다. 본인 선택을 항상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엄마, 아빠가 고맙고 내 편이 있어 항상 든든하다고도 했다.
지금 사서 고생 중이지만, 이 고생을 통해 값진 경험을 얻고 있다는 솔직함이 물씬 풍기는 글이 아닌가.
이것들로 쌓인 체험은 자산이 되어서 앞으로 살아가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할 수 있다고 하면서.
딸에게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이라고 말할 것 같다. 딸이 여행하면서 만남은 아주 다양한 유형이었다. 그중 그 나라 현지인 친구로 로컬친구가 제일 흥미롭겠지. 그들은 그 도시나 나라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지 문화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같은 여행 목적지로 가는 여행객들과의 만남은 함께 여행 일정을 조율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이 될 수 있으니까. 또한 현지인이나 다른 여행자와 언어를 교환하면서 친구를 사귀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언어 교환 만남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렇게 비슷한 여행 스타일이나 관심사를 가진 여행자들과의 만남은 얼마나 흐뭇할지 이젠 내 마음속에도 어렴풋이 느껴졌다. 세상은 참 따뜻하고 재미있고, 살만하다는 딸의 말에 아직은 쉽게 공감할 수는 없지만. 함께 여행 경험을 공유하고 새로운 친구들과의 소중한 만남의 연결을 형성할 수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다양한 친구 유형을 만나면서 세계여행은 더욱 풍요로운 경험으로 이어질 테니까.
딸의 세계여행 중 만난 사람들은 마치 다양한 색상의 조각들을 모아 만든 아름다운 모자이크와 같았다.
각각의 사람들은 서로 다른 문화, 언어, 배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함께하는 순간에는 그들의 다양성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면서. 한편으로는 모르던 새로운 지식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정과 연결을 형성하여 함께하는 시간은 예전보다도 더 의미 깊게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오니까.
그들과의 만남이 세계 여행을 더욱 풍요롭고 특별한 경험으로 엮어지는 소중한 요소라면, 기꺼이 응원해 주리라. 딸은 속속들이 듣고 보면서 넓은 세상의 멋도 맛보길 기대하면서. 딸에게는 새로운 세계의 좋은 경험을 실제로 타지에서 인생의 밑그림을 그릴 것이다. 보고 느낀 짜릿한 만남의 다양한 경험들이 모자이크 작품이 된다면, 누구에게도 얘기하고 싶어질 조각 같은 소중한 화폭이길 믿고 바란다. 이젠 일 년에 한 번 맞는 어버이날이 아니라도, 그저 고마울 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