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위해 태어난. 혹은 살기 위해 달리는
지난번 제주에서 한라산은 못 가고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읽었습니다. 그러고 잊을까 남기는 기록입니다.
이 책은 50마일, 100마일(160km)의 산길을 달리는 대회에서 수상한 '정체불명의 괴짜들'과 태어날 때부터 달리기를 생존을 위해 배워온 '타라우마라족'의 50마일 대회에 관한 이야깁니다.
트레일 러닝도 조금이나마 경험해봤고, 부상도 당해본 입장에서 맨발(얇은 샌들)로 달리는 사람들에 대해 항상 궁금했는데 꽤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달리고 산을 걷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멕시코의 이 부족은 장거리 달리기 하나에서만큼은 전문적으로 훈련받은 사람들을 가볍게 뛰어넘을 정도로 엄청난 기량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이 부족 사람들이 대회에 나가면 특히 나이가 들면 들수록, 혹은 여성분들이 더 잘 달리고(보통 단거리는 남성이 우승을 하는 것에 반대로) 우리의 상식을 넘는 모습들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거기에 육류 섭취는 거의 없이)
10년 정도 된 책이라
지금은 달려보면 프로선수들과
이 부족의 경기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평지를 달리는 것과는 달리
산을 뛰고 넘는 것은
생체리듬도 더 잘 조절해야 하고
영양 섭취도
물도
더위와 추위도
모든 것을 뛰어넘는 생존의 싸움입니다
일상적으로 생존을 위해 달리던 부족은
체계적으로 훈련한 선수만큼이나 잘 뛰었습니다. 물론 다치지도 않았고요.
그럼 제가 맨발로 달려보면 어떨까요?
이 부족만큼 적응을 잘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에게 그래서 몇 번 일전에 달려본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처참하게 다리 근육과 발목과 아킬레스에 무리가 가서 바로 중단했던.
사실
좋은 것들이 누구에게나 좋은 것은 아니고
나쁜 것들이 누구에게나 나쁜 것은 아니다
전 어린 시절부터 '타라우마라족'처럼 산에서 살지도 않았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발바닥 아치가 망가져서 쉽게는 회복 안 되는 다리를 갖고 있습니다. 맨발로 잘 달리기 위해선 습관을 바꾸고 매우 긴 시간 적응해야만 겨우 지금 달리는 수준을 달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언젠간 맨발의 즐거움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는 날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