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주류사 산토리에서 새로운 개념의 맥주를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16%의 고농도 맥주를 탄산수에 추가해 원하는 알코올 도수로 맞추어 마시는 ‘비어볼’ 입니다. 상품명의 어감으로 보면 맥주 풍의 하이볼을 떠올릴 수도 있는데요.
① 탄산수로 희석하는 맥주?
산토리 마케팅 본부내의 이노베이션부에 소속된 사토 유스케상에 따르면 비어볼은 탄산수로 희석하는 것을 전제로 한 완전히 새로운 맥주라고 합니다. 맛이나 알코올 도수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롭게 맥주를 즐길 수 없을까하는 생각에 개발되었다고 하는데요. 알코올에 약한 분은 희석해도 되고 알코올이 진한 쪽을 좋아한다면 탄산수를 적게 희석해서 먹으면 된다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② 맥주의 매력은 목넘김만 있는 게 아니야! 좀 더 자유롭게 즐기고 싶어!
유스케상은 최근 맥주 이외의 술 종류인 하이볼이나 레몬 사워를 마시는 젊은 사람이 증가하였으며 이른바 젊은이들의 맥주 이탈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도 '맥주 맛은 좋다' , '첫 잔 만큼은 맥주로 먹지만 두 잔까지는 못 마신다'는 소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맥주 자체의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으며 마시는 방식은 변화하고 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술의 인상은 '술 마시기' 라는 목적이 아닌 '식사와 대화를 즐기기' 위함입니다.
사토상이 속해있는 산토리의 이노베이션부는 고정 개념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제공해 나가는 것을 미션으로 내걸고 새롭게 태어난 부서인데요. 그 첫 번째 상품이 된 것이 비어볼로 개발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학생을 포함한 젊은 분들과 산토리의 맥주를 마셨다고 합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요즘 사람들은 맥주 목넘김을 즐기는 개념이 없으며 목넘기는 제일 강조하는 맥주 CF와는 정반대로 홀짝홀짝 마신다는 점입니다. 산토리 직원들의 입장에서 맥주에 얼음은 NG지만 홀짝홀짝 마시는 스타일이라면 오히려 얼음이 녹아가는 과정도 즐길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비어볼의 가능성을 실감한 순간이라고 합니다.
③ 추천 비율은 있지만, 어떻게 마셔도 맛있는!
자유롭게 즐기는 것을 목표로 두고는 있지만, 역시 산토리로서의 비어볼 추천 기준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탄산수와 비어볼을 7:1로 섞으면 도수 2% 정도로 알코올에 약한 분들도!
탄산수와 비어볼을 3:1로 섞어 도수 4%대의 보편적인 맥주처럼!
물이나 탄산수 없이 얼음과 비어볼만 1:1로 섞으면 도수 8%의 비어락!
맥주 알코올 도수 16도는 일본 맥주 역사에서 가장 높은 도수라고 합니다. 그만큼 물타서 마실수 있는 만큼 가격도 일반 보통 맥주보다는 비싸게 책정 되어 있습니다. 비어볼의 가격은 500ml 기준 862엔으로 한국 돈으로 현재 환율상 약 8,200원입니다. 단 1대 1로 타서 마셔도 알콜 8%의 맥주를 8,000원에 마시거나 2대1의 비율로 탈 경우 1.5리터의 4% 알콜 맥주를 마실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완전 비싸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보면 시대의 음주문화를 잘 반영한 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장 침체가 낳은 신개념 맥주인 비어볼. 과연 일본 주류 시장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링크)
마케터의 한마디
‘비어볼’은 취향과 기분에 따라 도수와 맛을 결정할 수 있어 ‘개인 커스텀 맥주’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비어볼 역시 개인 취향을 중시하고 낮은 도수를 선호하는 MZ세대를 겨냥하고 나온 제품인데요. 이미 도쿄 시부야에서는 알코올 함량을 0%부터 3%까지 결정할 수 있는 ‘스마도리바’가 유행 중이라고 하니, 소비자의 자유도를 높이는것이 새로운 가치로 떠오르는 와중에 산토리가 발 빠르게 트렌드를 주도해 나가고 있습니다. 서양의 바(bar) 문화를 일찍이 받아들인 일본에서 발전한 하이볼(High-Ball)이 국내 주류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것처럼 비어볼의 인기도 앞으로 기대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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