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라 Jan 15. 2021

아이들이 싸우는 결정적 이유

형제들 사이에서 난처한 부모

'둘이 정말 죽일 듯이 싸워요'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날이 없어요'

'엄마는 동생만 사랑한다 그러고, 또 둘째는 엄만 형만 사랑한다 그러고'

 

둘을 혹은 셋을 낳아서 행복한 순간도 많지만, 아이들이 서로 눈을 부릅뜨고 싸우다가 달려와 자신의 편이 되어달라고 서로의 잘못을 하염없이 들춰내는 모습을 하루 몇 번씩 보고 있자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자고 아이를 둘셋이나 낳았나' 싶으시다는 부모님들을 종종 만난다. 잘 못 한 아이를 찾아내 혼내어도 보고, 둘 다 혼내도 보고, 억지로 화해도 시켜보고, 안 써본 방법이 없으시다는 부모님들. 하지만 어떤 솔루션도 아이들 모두의 마음을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토라지거나 불만이 가득 차서 '엄마는 나만 미워해' 같은 소리를 하며 퇴장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정말 방법이 없는 것일까? 부모들은 이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도대체 왜 싸우는 거니?

형제, 자매, 남매가 싸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관계에서 그렇듯, 아이들은 형제라는 관계 안에서 서로를 향한 애정, 공동체 의식과 같은 이상적인 감정을 느끼는 동시에 경쟁심을 느끼기도 하고, 경쟁에서 졌을 때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며, 자신이 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본능적으로 부모의 사랑을 쟁탈하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때 싸움과 다툼이 일어나게 된다.

Photo by Izzy Park on Unsplash

오히려 '저희 아이들은 절대 안 싸워요' 하는 가정을 들여다보면, 자녀 중 한 명이 부모의 훈육으로 인해 또는 부모에게 인정받으려는 수단으로 자신의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있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마음속에 형제를 향한 부정적 감정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눌려져 있다가 어느 시점에 분출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 세상 착하던 형, 언니가 훗날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연을 끊고 살고 싶어 하는 경우도 우리 주변에 심심찮게 일어난다.  


판사가 되기를 포기하십시오

형제간에 갈등이 있을 경우 결코 부모가 중재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빨리 갈등을 해소하려는 방안으로 부모가 중재자가 되어 타협을 이끄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아이들은 타협하는 방법을 스스로 익히지 못할뿐더러 부모 역시 누군가의 편에 서게 되므로 잘못을 지적받는 아이는 실제 잘못을 했든 안 했든 억울함을 느끼게 된다. 잘못을 해서 지적을 받은 아이는 함께 싸우던 형제 앞에서 잘못을 지적받게 되어 이성적으로 스스로의 잘못을 돌아볼 수 없는 감정상태가 된다. 잘못을 했음에도 억울함을 느끼게 되고, 형제와 부모 모두를 향한 원망이 생기기 쉽다.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부모가 두 아이를 동시에 혼내는 경우, 아이는 다음부터 올바른 행동을 해야 할 동기부여를 받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아무 이유 없이 자신도 혼나게 만든 형제가 더욱 미워질 수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싸우다가 시시비비를 가려달라고 부모에게 가지고 오면, 충분히 들어준 뒤 '그래 잘 들었어. 그런데 이번 문제는 너희가 해결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어떻게 해결했는지 나중에 엄마 아빠에게도 들려줘' 하며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아이들이 직접 해결해 보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좋다. 부모가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을 때, 아이들은 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조율할 수 있게 된다. 처음에는 아이들 중 누군가 억울할 만한 결말로 끝날 테지만, 점점 이런 상황이 반복될수록 억울함을 당하는 아이는 자기주장을 높이게 되고, 늘 우기는 아이는 관계에서 조율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의외로 많은 아이들이 기특하게도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고 타협하고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방법을 곧 잘 찾아낸다.


유독 문제를 일으키는 자녀

아이들이 계속해서 싸우는 상황도 골치 아프지만 사실 한 자녀만 유독 문제를 일으켜 나머지 형제들을 못 살게 구는 경우도 난감하다. 아무래도 문제를 일으키는 자녀를 더 빈번하게 혼내게 되는데, 계속해서 혼이 나는 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보다 억울함과 분노를 느껴 다른 형제들을 더 괴롭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잘못된 행동을 혼내지 않을 수도 없고, 일일이 혼내자니 한 자녀만 지속적으로 혼나게 되고, 매우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좋은 행동을 강화하는데 주력한다  잘못을 계속 지적받으면 아이는 점차 위축되고 낮은 자존감을 형성하게 되어 또 다른 문제행동을 보이게 되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자녀들도 계속 혼나는 형제를 무시하게 될 수 있으며 그 형제의 작은 잘못까지도 부모에게 보고하는 등 형제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하기보다 좋은 행동을 짚어주어 긍정 행동을 강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이의 나쁜 행동들이 더 많이 그리고 더 쉽게 눈에 띄겠지만, 좋은 행동들을 찾으려 레이더를 켜고 있다가 작은 것이라도 캐치하여 아이에게 긍정 피드백을 주는 것. 잘못한 것을 지적받는 것이 아닌 사소한 선행에 큰 칭찬을 받은 아이는 좋은 행동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부모가 해당 자녀의 선한 면모를 부각해줌으로써 이 모습을 지켜보는 다른 형제들도 그 형제에 대해 '나쁜 행동만 하는 형제가 아니구나'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어 관계에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


Photo by Annie Spratt on Unsplash


비교는 No, 서열은 명확히

형제관계가 삐걱거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서열이 잘 세워지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가 첫째로서 역할을 잘하고, 둘째가 기능적으로 첫째보다 부족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둘째가 어려서 첫째보다 능력적으로 우수하지 못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첫째가 능력적으로 둘째에 비해 뒤쳐지는 경우다. 간혹 둘째의 능력이 또래에 비해 우수하고, 첫째가 그에 미치지 못하여 서열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


Photo by Jason Rosewell on Unsplash

부모도 사람이다 보니 능력적으로 우수한 자녀가 혹은 예쁜 짓하는 자녀가 더 예뻐 보일 수 있다. 이 마음은 숨기려 해도 새어 나오기 마련이다. 문제는 아이들의 촉이 매우 기민하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이러한 마음을 모두 알아챈다. 둘째는 자신이 더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고, 그에 반해 첫째는 문제행동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문제 상황이 벌어지면 부모는 자연스럽게 트러블메이커 첫째를 떠올리고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앞가림을 잘하는 둘째가 그랬을 리는 없다고 은연중에 표현하는 실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형제관계를 좌우하는 서열. 서열은 부모가 명확히 해주어야 한다. 아무리 형이 문제행동을 많이 일으킨다 하여도 형은 형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서열을 명확히 해주는 것이 좋다. 문제행동과 자녀를 구분하여 생각하는 연습을 부모부터 하여야, 다른 형제들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부모가 문제행동과 자녀를 구분하여 항상 대처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서열을 명확하게 해 줄 경우, 더 이상 동생과 비교당하지 않아도 되는 첫째는 문제행동을 멈추게 된다. 둘째도 부모의 사랑을 등에 업고 첫째의 위치에 도전하는 것을 멈추고, 자신으로서의 삶을 살아갈 수 있다.  



        


Main image : Photo by Arun Clarke on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About Time 속 아빠와 아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