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운동화가 가져다준 뜻밖의 수확
소소한 일상에서 깨달음을 얻다
출근길 발걸음이 가볍다. 아들이 새 운동화를 사준 덕분이다. 이전에 신던 운동화도 한참 신을만했는데, 세탁을 잘못하는 바람에 아쉽게도 낡은 운동화가 되어버렸다. 가족들이 내 운동화를 볼 때마다 자꾸 새 운동화를 사러 가자고 졸랐다. 급기야는 아들이 생일 선물로 운동화를 사주겠다고 했다. 얼마 전 아들에게 새 운동화를 사주었는데, 자기만 새것을 신으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나 보다. 봐 둔 게 있냐며 매일매일 집요하게 물어왔다. 뭐가 그렇게 바쁜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쇼핑할 시간이 없었다. 미루고 미루다 어느덧 2주가 지났고, 결국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쇼핑을 갔다.
드디어 운동화 구매 성공! 엄마 생일 선물이 2주나 늦어지니 어지간히 애가 탔었나 보다. 진작 아들 마음 좀 가볍게 해 줄 걸 그랬다. 아들은 그동안 모은 용돈이 다 털렸지만 엄마, 아빠를 위해 쓰는 건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했다. ‘뭐 이렇게 기특한 아들이 있지?’ 말 한마디에 감동이 두 배다.
“아들~ 정말 고마워. 네 덕분에 엄마가 새 운동화를 신어보는구나!”
낯선 운동화에 어찌 적응하나 걱정도 되었는데, 웬걸? 출퇴근 시간 걷는 내내 발걸음이 참 가볍다. 낯선 운동화(새 운동화)는 뜻밖의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물건을 오래도록 쓰는 편이다. 싫증 내는 일이 거의 없어서이다. 또 익숙해진 모든 것에 변화가 생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니 남들이 답답해할 만큼 싫어했다. 남편이 신형 핸드폰을 사준다고 했지만 나는 망가질 때까지 쓸 거라며 고사했다. 그만큼 나는 익숙한 걸 좋아한다. 그런 내가, 요즘은 안 하던 일을 마구 시도하고 있다. 낯선 운동화로부터 얻은 기쁨 때문일까? 어쩌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살아남으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변화를 싫어하던 내 인생에도 거센 풍파가 몰아쳐왔고, 이리저리 내몰렸었다. 정신을 차리고 책을 집어 들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온라인상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소통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깨닫는다. 너무나 의미 있고 즐겁다. 그동안 육아로, 직장일로 생각지도 못했던 낯선 일을 시도하고 있다. 주위의 멋진 지인들을 보며 책을 읽고 끊임없이 무언가를 도전해보고 성취해가는 낯선 나를 발견한다. 이전보다 더욱 나 자신과 나의 삶을 사랑하고 누구보다도 더 나를 열렬히 응원한다. 때로는 넘어지고 쓰러질 때도 있지만 감사하니 다시 일어설 힘이 생기고 마음만은 늘 기쁘고 충만하다.
이제 낯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변화에 많이 유연해졌다. 급변하는 세상 속에 부유하는 삶이 아닌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내 삶을 가꿔나가는 나를 만난다. 힘든 시기에 만난 낯선 운동화가 가져다준 뜻밖의 수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