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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동한 Mar 29. 2024

파리에서의 발견

타지에서 다시 찾은 위로와 소통의 길

이방인으로써 타지생활을 하다 보면, 고향에 있는 것과 다르게 공허함을 많이 느낀다. 그런 공허함 속에서 슬픔과 아픔이 존재했고, Guillaume Apollinaire(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Le pont Mirabeau(미라보 다리)'의 한 구절처럼 고통 뒤에는 행복이 있었다. 


“La joie venait toujours après la peine” (기쁨은 항상 고통 뒤에 오곤 했다), Guillaume Apollinaire(기욤 아폴리네르)의 'Le pont Mirabeau(미라보 다리)' 중에서.


나의 학생시절 어느 지친 날, 파리에서 한 친구가 아무 말 없이 건내 준 그의 일기장 속 글들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된 적이 있었다. 


글의 힘이 얼마나 대단하고 영향력이 있는지를 다시금 몸소 느낀 것일까? 그 후로,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한 날들이 많았다. 글을 쓰기 위한 필력과 문법 등의 기술적인 요소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앞서 말한 그대로 무작정 글을 써 내려갔다. 그렇게 쓴 글들은 나에게 위로가 되기도 하였고,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였으며, 무엇보다 타지의 공허함을 글을 통해 조금은 달랠 수도 있었다. 


그러다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내가 쓴 글들이 처참하다 할지라도, 글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은 어떨까?’ 이런 고민을 통해 앞으로 글을 통한 소통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먼저 내 전공인 건축에 관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내가 글을 통해 공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 유일한 것이 건축이었던 것 같다. 또한, 전공자로서 건축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이 분야를 조금 더 쉬운 관점에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 역할을 자처하고 싶기도 했다.


그렇게 건축에 대해 재미가 있는 정보를 전하고 싶었고, 나아가 소통하고자 했다. 하지만 때로는 건축을 주제로 한 글들이 나의 일방적인 소통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길진 않지만, 그래도 서른이 넘는 삶을 살다 보니, 일방적인 소통만큼 무서운 것도 없더라… 


그래서 나는 소통을 하기 위해 어떤 글을 써야 할지, 그리고 현 시대의 사람들이 원하는 소통의 흥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고민하게 된다.


Covid-19 팬데믹으로 인해 한국에서 2-3년의 시간을 보냈었다. 고향 땅에서 마음이 편하였는지, 그동안 글을 쓰는 것을 멀리 하였다. 아니, 어쩌면 ‘마음이 편하다.’는 것보다는 오랜만에 조국에서 즐길 수 있던 풍류거리에 미쳐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타지에 나와 프랑스 건축사과정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서 있자니, 여간 심란한 게 아니더라. 그런 마음을 달래고자 또 다시 맥락 없는 글을 긁적이고 있으니, 소통의 글에 대한 고민은 점점 커져간다.


가끔 집에서부터 에펠탑까지 센느강을 따라서 가벼운 조깅을 한다. 달리다 보면, 나는 조린이(‘조깅’과 ‘어린이’를 결합한 단어)이기에 나의 페이스를 앞서 지나간 사람들이 멀어져 사라지는 장면을 많이 마주한다. 나는 그 상황에서 꾸준히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안정적인 내 페이스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브런치를 통해 올리는 내 글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소통을 위해서 너무 지나치게 자극적인 글을 써서도 안 되며,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내가 공유하고 싶은 글들이 있으면 글을 쓰고, 그 글들이 모여 언젠가는 내가 원하던 재미있는 소통거리가 되지 않겠는가?


내가 무작정 글을 써서 스스로를 위로했듯, 앞으로도 글은 계속 쓸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내 글이 위로가 되거나 재미를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누군가에게 화를 불러일으키는 글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결론적으로 소통을 위한 글쓰기와 달리기의 공통점은 꾸준함이라 생각한다. 꾸준히 달리다 보면, 나와 페이스가 맞는 러너들의 호흡과 소통도 있을 것이고, 점차 나의 글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과 글을 통해서도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꾸준함과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자’라고 이 글을 통해 다시 상기시키며… 


추가로, 이 글의 서론에 언급한 미라보 다리는 나의 조깅코스에도 등장하는 다리이다. 파리에 장기간 거주했던 이들도 간혹 파리의 자유의 여신상의 존재를 모르니, 파리에 오면  미라보 다리부터 영화 ‘인셉션’에 등장한 비라켄 다리(Pont de Bir-Hakeim)까지 센느강을 거닐며, 자유의 여신상과 에펠탑을 포함한 풍경을 담아가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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