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는 '야간 자율학습'을 줄인 말이다. 요즘에는 야자를 '야간 자기 주도 학습'이란 표현으로 더 자주 사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야간이라는 시간이 아니라 자기 주도 학습이라는 공부 방식이다.
시켜서 억지로 하는 공부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억지로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게 공부라는 요물이라서 부모나 교사는 항상 고민이 크다.
육면체의 네모 반듯한 공간 안에 앉아서 모든 학생들이 함께 집중해가며 공부하면 교실만큼 공부가 잘되는 공간도 흔치 않다. 요즘에는 스터디 카페나 독서실과 같이 밖에서 공부할 공간이 많다 보니 야자를 잘 안 하는 분위기이고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야자 자체를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공부할 때는 카페와 같이 약간의 소음이 존재하는 분위기도 나쁘지는 않지만, 네모 반듯한 교실에 앉아 책장 넘기는 소리와 샤프 사각거리는 소리만 울리는 정적 속에서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공부할 때 생기는 집중력은 다른 곳에서는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강렬한 무언가가 있다. 당연히 공부 안 하는 학생들이 교실에 남아 떠드는 소리로 인하여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야자를 안 하는 게 낫다. 야자는 초반 분위기가 그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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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시절, 내가 다니는 학교는 1학년 때 야자 신청은 안 받았던 거 같고 2학년 때부터 야자를 시작한 기억이 난다. 그래서 2학년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야자를 거의 빠진 적이 없다. 야자가 없는 날에도 학교에 남아서 야자를 한 적도 있다. 그래서 야자에 대한 에피소드도 많다. 학생은 학교에 오래 있을수록 그만큼 추억도 많이 남는 법이니까. 학생들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고등학생은 부모보다 친구와 있는 시간이 더 많다. 집은 잠만 잠깐 자고 나오는 곳이라는 소리도 있지 않은가.) 힘든 만큼 추억도 많은 법이다.
우리 학교는 공립이었는데 공립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야자를 하는 동안 야자감독 선생님들은 별로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내가 교사가 되어 현재 근무하는 사립에서는 야자감독을 워낙 철저히 하다 보니 초반에는 원래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신기하기도 했다. 뭐가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관리하면 그만큼 열심히 하는 학생들이 더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지만, 눈치 보는 학생들도 많이 늘어나는 단점도 있는 것 같다. 관리를 하면 그만큼 억지로 시키는 비율도 늘어나는 법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제 교육청 지침도 있고 해서 야자는 완전 자율 선택으로 바뀐지는 한참 되었다. 그만큼 야자 할 때의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도 사실이다.
하여튼,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감독 선생님들이 잘 돌아다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분위기는 괜찮았던 거 같다. 그래도 어디에서든 떠드는 학생은 있는 법이니까. 나는 조금 더 조용한 곳을 찾아 돌아다녔고 어느 순간부터 나와 내 친구 한 명은 야자를 하지 않는 텅 빈 1학년 건물의 한 교실에서 야자를 하기 시작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건물 출입이 자유로운 편이었다. 지금은 세콤과 같은 보안시설이 설치되어 있어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때 공부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이유인즉슨, 나 때는 급식이 없어서 야자 시작 전 저녁식사를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해결하였는데 친구는 항상 집에 와서 먹고 왔다. 그러다 보니 친구는 야자 1교시가 끝날 갈 때 즈음해서 돌아왔다. 그러니 야자 1교시는 불이 모두 꺼져 있는 텅 빈 건물 안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교실의 정 가운데 책상에 나만 혼자 앉아서 공부를 하였는데... 그때 생각하면 내가 무슨 배짱으로 혼자 깜깜한 복도 가운데 있는 교실에서 공부했는지 지금도 신기하다.(내 주변에 있는 모든 창이 검은 도화지를 붙인 것처럼 새까맸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ㅋㅋ) 대신 주변을 돌아볼 용기가 없었던 나는 친구가 올 때까지 책상에 있는 책만 보면서 공부를 했다. 그래서 그 한 시간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공부만 했던 것 같다. 그때 생긴 집중력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간만큼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엄청난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를 했다. 친구가 오면 반가운 마음에... 그 이후로는 제법 오래 같이 놀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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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가 없는 날에도 친구들 몇 명과 남아서 공부를 하였는데 그때는 노는 시간이 더 많았던 거 같긴 하다. 남고에서는 교실에 있는 모든 게 놀이 기구다. 복도 위를 지나가는 도시가스관을 골대 삼아 농구도 하고 (정말 지금 생각하면 미친 짓이다. 가스관이 부러지기라고 했으면...) 교실의 앞문과 뒷문을 골대로 참치캔을 공으로 삼고 축구도 한다. 그날도 공부하다 지친 우리는 조금 쉬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종이를 뭉쳐 공을 만든 후, 빗자루를
들고 복도에서 야구를 했다. 그러다 복도가 시끄러워 나와 보신 선생님께 혼나고 쫓겨난 적도 있었다.
지금은 모두 추억이지만, 야자를 하겠다고 남아있던 자체만으로도 공부할 의지가 있었던 거니 혼자라도 소심하게 스스로를 칭찬해 본다.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 내가 교사가 되어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야자로 다져진 집중력은 독서실을 다닐 때, 친구들과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다가도 시간이 되면 먼저 들어가 공부를 시작하는 좋은 습관으로 자리를 잡았고, 몸에 어느 정도 익은 자기 주도 학습능력은 대학 진학과 교사의 꿈을 이루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옛날 학생의 입장에서나 현재 교사의 입장에서나 야자는 언제나 적극 찬성하는 쪽이다. 대신 억지로 남겨둬서 불만만 가득한 채 공부 안 하고 방해만 하는 학생들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집에 빨리 보내주는 걸 전제로 한다면 말이다. 자기 주도 학습이란 말 그대로 자기가 주도적으로 학습할 생각이 있는 학생들한테 가능한 학습방식이다. 그래서 담임교사로 학생들에게 이야기할 때 야자를 하도록 적극적으로 권장을 하지만 정말 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만 하도록 경고 및 독려를 한다. 학기 초반에는 현재 공부를 할 생각이 없거나, 고민하는 학생들, 할 의지는 있는데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를 바라면서 내가 경험했던 야자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지만 매년마다 참 쉽지는 않다. 공부라는 게... 참 쉽지 않다.
최근 <알아서 공부하는 아이는 무엇이 다를까>라는 책을 읽었는데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기를 수 있는 10가지 질문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올해 가르치게 될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 명의 학생이라도 더 자기 주도 학습능력이 생길 수 있도록 올해도 힘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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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모두 나름의 고민과 걱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학업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공부한 만큼 성적이 오르는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유는 보고 듣는 공부가 전체 공부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수업을 열심히 듣고 책상에 앉아서 인강을 하루 종일 들어도 사실 학업성적은 쉽게 올라가지는 않는다. 듣는 공부는 대부분 듣는 행위가 마무리되는 순간 머릿속에서 지워지기 시작한다.
듣고 끝낸 수업은 일주일 정도 지나면 수업시간에 풀었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기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시각과 청각으로 들어온 정보를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부는 머릿속에 각인시키는 작업이 핵심이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자기 주도 학습 즉, 자율학습이다. 야자에는 항상 야간이라는 말이 붙어버리는 바람에 새벽부터 밤까지 공부만 하는 대한민국 학생들이 안쓰럽고 불쌍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낮 시간은 대부분 수업을 듣고, 방과 후에는 또다시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으니 결국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시간이 야간밖에 없는 게 가슴 아픈 현실이다.
자기 주도 학습을 늘리겠다고 학원을 다니지 않는 상황도 부모와 학생의 입장에서는 쉬운 결정이 아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대부분의 학생이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은 성적이 거의 오르지 않는다. 결국 학원을 다니냐 다니지 않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배운 지식을 학생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가 됐느냐 안 됐느냐의 문제이다. 학교 수업이야 선택권이 없어서 들어야만 하지만, 학원의 선택권은 학생과 부모에게 있다. 학원을 다니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변에서 좋다고 소문난 학원을 맹목적으로 쫓아다니지 말고 학생에게 맞는 학생의 자기 주도 학습능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원을 고르라는 이야기이다.
학생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학원을 다니는 이유가 대부분 "그냥, 이 학원이 잘 가르친다고 해서 다닌다."가 제일 많고 "안 다니면 불안하다."는 학생도 상당히 많다. 학원을 그냥 자신의 학업 불안감을 없애주는 부적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부적을 몸에 지니고 다닌다고 운수 대통하는 게 아니다. 부적의 힘만 믿고 멍하니 앉아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망하기 십상이다. 그래서 대부분 학생들은 학원을 다니고 있으니 나는 나름 공부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집, 학교, 학원, 집 순서대로 매일 눈도장만 찍는다. 그리고 성적표를 받고는 항상 좌절한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익숙해진 이 패턴을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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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는 정보화 시대이고 여기에 언택트 시대라는 새로운 개념이 추가되었다. 예전보다 정보의 습득량은 빠르고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정보의 공급은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루어진다.
예전보다 보고 듣는 공부방법이 더욱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아직 적응 중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의 뇌가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기 주도 학습능력을 기르는 것뿐이다.
공부라는 단어만 들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싫어한다. 하지만 공부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내 몸에 장착하는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성공하는 길일 것이다.
'야자'라는 단어에서 추억만을 떠올릴 것이 아니라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야자를 해야 한다. 야자가 꼭 밤에만 할 필요는 없다. 새벽이든 낮이든 밤이든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바로 야자시간이다. 끊임없이 사고하며 나의 뇌를 업그레이드시키며 성장해야 불안한 이 시대를 헤쳐나갈 지혜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