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후와 친구들은 떠다니는 섬들을 지나면서 점차 에이라의 깊은 이야기를 마주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시험을 겪으며 서로의 성격과 신념이 충돌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이제 그들의 여정은 더 신비로운 곳, 정령들의 회랑으로 이어졌다.
회랑은 떠다니는 섬들의 중심부에 위치한 거대한 공간으로, 하늘에 떠 있는 별들이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처럼 가까웠다. 회랑의 내부는 에이라의 정령들이 머무는 신성한 장소로, 그곳에는 생명을 품은 수많은 빛의 구체들이 떠다니고 있었다.
"이곳이 바로 정령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이야," 카이라는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여기서는 너희의 마음이 정령들에게 그대로 드러날 거야. 너희가 진실된 마음으로 이곳에 임하지 않는다면, 이 회랑은 너희를 거부할 거다."
회랑의 첫 시험: 공감
회랑에 들어서자, 눈앞에 빛의 구체들이 하나씩 깨어나더니 그들 앞에 거울 같은 환영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각자의 거울 속에는 그들의 기억 속에서 가장 후회되거나 무시했던 순간이 비춰졌다.
지후는 한 소년과의 갈등을 떠올렸다. 학급 친구였던 그 소년은 늘 외톨이처럼 지내던 아이였다. 지후는 그 아이를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무심코 지나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네가 느낀 감정은 네 선택에 담겨 있어," 회랑에서 울려 퍼지는 정령의 목소리가 말했다. "너는 다른 이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할 준비가 되었는가?"
지후는 그때의 자신을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난 그 아이를 도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외면했어요. 지금이라도 다시 만난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의 진심이 전달되자, 정령의 목소리는 잠잠해졌고, 빛의 구체는 조용히 사라졌다.
회랑의 두 번째 시험: 신념
회랑의 한쪽 끝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모두가 자신의 신념을 시험받게 되었다. 민지는 빛나는 기계장치 같은 조각상을 보았다. 조각상은 그녀에게 기술로 이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속삭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자연의 균형을 해칠 위험성도 경고했다.
"너는 기술에 의존하는 것만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가?" 정령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물었다.
민지는 망설였다. "기술은 우리 세계에서 정말 중요한 도구예요. 하지만... 자연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저는 두 가지를 함께 사용할 방법을 찾고 싶어요."
정령은 그녀의 답을 인정하며 길을 열었다.
지아와 형민 또한 각자의 시험을 마주했다. 지아는 자신이 믿는 자연과의 조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했고, 형민은 자신의 회의적인 태도가 진정한 마음속의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달았다.
회랑의 마지막 시험: 연대
회랑의 끝자락에 도달하자, 네 사람은 하나의 큰 과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정령들은 그들 앞에 거대한 문을 나타냈다. "이 문은 혼자서는 열 수 없다. 너희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만 열릴 것이다."
처음에는 서로의 방식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문을 여는 방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민지는 기술로, 지아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형민은 단순히 힘으로 밀고 나가려 했고, 지후는 그들 모두를 조율하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은 깨달았다. "우리가 각자의 방식을 내려놓고, 서로를 믿어야 해," 지후가 말했다.
그들은 함께 손을 맞잡고 마음을 모았다. 문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고, 문 너머로 별빛 강의 빛나는 흐름이 모습을 드러냈다.
"축하한다. 너희는 첫 번째 관문을 통과했다," 정령의 목소리가 말했다. "하지만 진정한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을 깨달았다. 별빛 강을 향한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각자에게 더 큰 시험과 책임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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