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칭다오 중국어 (1)
처음으로 ‘중국어로 여행’을 떠났다. 사실상 나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중국에 가본 적이 없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처음으로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2025년에 시행된 중국 무비자 정책도 나를 중국으로 이끈 셈이었다. 대망의 첫 도시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는 칭다오였다.
출국 전날 밤까지도 “내가 과연 현지에서 중국어를 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에다가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와 정치체제에 무섭기도 했다. 중국어 실력이 아직 서툰데 과연 현지에서 통할지 걱정도 되었지만 한 편으로는 기대가 되고 설레기도 했다.
그렇게 처음 중국동방항공에 탑승했을 때, 생전 보지 못했던 광경을 보았다. 보통 기내식은 이륙 후 나눠주기 마련인데, 이 항공사는 기내식이 이미 좌석 위에 세팅되어 있었다. “앗, 벌써?” 하며 놀란 것도 잠시, 더 놀라운 건 생일 케이크를 주는 것이었다.
비행 당일이 생일인 것이 여권에 적혀 있어서 깜짝 이벤트로 준비해주었나 보다. 사전 요청도 안 했는데 말이다. 생일이라서 케이크를 준다는 중국말인"今天是你的生日吧?(오늘이 생일이죠?)"을 이해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하지만 이륙도 하기 전에 접시에 조각 케이크를 줘서 올려둘 수도 먹을 수도 없었기에 감동과 당황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리고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칭다오 공항에 도착해서 알리페이 어플에 있는 디디를 통해 택시를 불렀다. 그리고 채팅으로 사진과 함께 “我在这儿(여기입니다)”를 보냈다. 다행히 기사님을 잘 만나서 출발이 좋았는데 기사님이 자꾸 말을 시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통행료의 추가 결제를 위해 위챗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기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난관에 봉착했는지 오는 내내 중국어로 소통했지만 실패했다. 결국 호텔에 도착해서 직원의 도움도 받고 파파고의 도움도 받았다. 이래 저래 고생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소통이 되어서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이때 중국어가 참으로 어렵다고 느꼈다.
당황하는 와중에도 호텔로 가는 택시 안에서 보이는 풍경을 구경했는데 참 낯설고 신기했다. 칭다오의 거리는 온통 빨간 가로등과 빨강, 흰색, 금색의 화려한 건물들로 가득했다. 말 그대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순간들이었다. 이 도시는 다른 색은 필요 없다는 듯이 강렬했다.
이튿날 맥주박물관에 가서 중국어"两个人(두 사람입니다)"로 표를 구입했다. 순조롭게 견학을 마치고 산책으로 찾은 칭다오의 명소, 5.4광장에서도 문화충격은 이어졌다. 이곳 역시 붉은색의 거대한 조형물이 인상적이었다. 그 앞에서 단체로 체조를 하고 있는 시민들을 보는 순간, 또 한 번 ‘이곳은 정말 다른 나라구나’라는 걸 실감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칭다오는 생활과 퍼포먼스의 경계가 흐릿한 붉은 도시로 강렬하게 각인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