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넌 오리의 아이야

세상이 원하지 않은 아이일까요?

by 광규김

"엄마 저는 왜 털도 부리도 검은색이에요?"


온통 노랗고 복슬복슬한 아기 오리들 사이에서 까만 먼지 같은 아이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골 농장의 호숫가 오리 가족들이 모여 헤엄을 치고 풀밭에서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러나 그중에서 단 한 마리. 털 색깔이 다른 아기 한 마리가 엄마 오리를 찾아왔습니다. 검은 오리가 말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저보고 오리의 아이가 아니래요 저는 백조의 아이래요."


엄마 오리가 대답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그것 때문에 너를 괴롭게 했니?"


"당연하고 말고요! 항상 저는 다르게 생겼다고 다른 존재라고 해요. 심지어 형도 누나도 제가 엄마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해요."


그러자 엄마 오리가 말했습니다. 사실 검은 오리는 백조의 아이였습니다. 백조 부부가 사냥꾼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던 날 두고 간 알을 엄마 오리가 품어서 키운 것이었습니다. 백조 부부의 아기가 점점 자라나는 걸 보며 엄마 오리는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언젠가 진실을 말해야 할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헤엄도 다르게 치고 울음소리도 달라요! 다른 아이들도 엄마도 모두 꽥꽥하고 울지만 저는 꾸왁하고 운다고요."


햇살이 참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아래 호숫가에 있던 어미의 마음은 햇살처럼 가볍지 못했습니다. 백조 부부의 아기. 검은 오리는 어느새 자신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걸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가. 너를 품을 때 엄마는 참 행복했단다. 너는 이 엄마의 아이야."


검은 오리가 세상에 처음 알을 깨고 나왔을 때, 가장 먼저 마주 본 것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던 엄마 오리의 얼굴이었습니다.


그리고 저기 헤엄을 마치고 돌아오는 다른 오리 가족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검은 오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자신들과 다르기 때문에 내쫓아야 한다는 말을 하고 다니는 오리가족이었습니다.


"이봐 잿더미 가족! 그러고 있으면 사냥꾼 고양이의 눈에 띄어서 모두가 위험해지잖아. 보이지 않게 어디 숨어있기라도 하는 게 도덕이 아니겠니?"


다른 오리의 안전을 이유로 색깔이 다른 오리가 있는 가족은 언제나 소외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눈에 띄어선 안됐습니다. 오리의 마을은 마음속에서 그들을 지우길 바랬습니다. 그들의 눈에 더 이상 검은 오리 따위가 보이지 않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말이야. 검은 오리를 원하지 않았어. 하지만 넌 태어났지. 넌 세상이 바라지 않은 아이야. 왜인 줄 모르겠니? 모든 오리는 티어 날 때 노란 털을 가지고 하얀 어른이 된단다. 하지만 너는 농가 굴뚝의 잿더미만큼 까만 모습을 하고 있구나. 잿더미는 버려지는 것들이란다. 더 이상 세상은 잿더미를 원하지 않아. 그리고 너는 오리도 아니잖니? 아직도 네가 백조의 아이란 걸 말해주지 않았니?"


검은 오리의 눈이 충격으로 둥그렇게 커졌습니다. 하지만 이내 쏘아보는 엄마 오리의 눈총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오리 가족은 농가로 돌아갔습니다. 검은 오리는 헤엄 칠 수도 없었습니다. 누구도 헤엄을 같이 치는 걸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검은 오리가 물속에 들어오면 검은 잿더미처럼 물이 더러워질 거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항상 검은 오리는 모두가 들어간 저녁 시간. 황혼이 끝을 맞으며 달이 차오르기 시작할 때 홀로 헤엄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 말을 들은 오리는 헤엄을 칠 기분이 도저히 아니었습니다. 쓸쓸한 발걸음으로 호숫가로 걸어갔습니다.


"아가!"


멀리서 들려오는 엄마 오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검은 오리는 멀리 떠나고 싶어 졌습니다. 밤이 되었고 달이 차올랐습니다. 별들이 반짝이는 호수의 수면 위로 비추고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깊어졌습니다. 그들의 소리는 마치 울부짖고 싶은 검은 오리의 마음을 대신하는 듯 호수 위의 허공을 날카롭게 찌르며 퍼져나갔습니다.


"여기에 있었구나. 엄마가 걱정했단다."


"엄마. 저는 정말로 세상이 원하지 않은 아이일까요? 저는 오리가 아닌 걸까요"


"아니란다 아가. 우리 같이 헤엄칠까?"


한참 동안 울다가 엄마 오리의 눈은 이미 붉게 충혈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엄마 오리는 자신의 아이를 찾기를 멈추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괜찮아 지금은 아무도 없잖니. 자. 오늘은 바람도 불지 않아서 수면이 잔잔하단다."


두 오리는 물가로 나아갔습니다. 검은 오리가 헤엄을 치기 위해 매일 같이 엄마 오리는 호숫가를 깨끗이 정리해야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러운 게 있으면 검은 오리의 탓이라고 모두가 질책할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어미 오리들의 화에 못 이겨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었습니다. 매일 나무 뒤에서, 풀잎 사이에서 지켜보던 검은 오리의 헤엄은 달빛처럼 은은하고 우아했기 때문입니다.


호수의 중앙에 닿을 무렵 엄마 오리가 말했습니다.


"아가. 물가를 보겠니?"


"먼지 뭉치 같은 털에 검은 부리를 가진 백조 새끼가 보여요."


아기 오리가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엄마 오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눈엔 수면 위론 보이지 않는 발길질을 노력하는 자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이 보인단다."


"세상은 검은 오리를 원하지 않을지 몰라도. 엄마는 네가 세상에 나오길 누구보다 간절히 기다리고 원했단다. 네가 백조의 알이었고 아니고는 상관없어. 내가 너를 품었고, 너와 항상 함께했잖니. 너는 엄마의 하나뿐인 아이고, 소중한 가족이야."


검은 오리. 아니 백조의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호수 중앙을 맴돌았습니다. 기쁨과 아픔이 섞인 눈물이 별 방울처럼 호수로 떨어졌고 작은 파문들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검은 오리는 몰랐습니다. 검은 오리가 가르는 물살은 다른 오리들은 결코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잔잔하고 우아하게 퍼졌다는 것을요.


"엄마의 세상에선 네가 없으면 안 돼. 엄마와 친구들과 다른 알에서 태어났을지는 몰라도 괜찮아. 너는 오리인 엄마의 가족이잖니. 그러니까 이제 괜찮아. 오리가 아니어도 괜찮아."


달이 호숫가에 비치는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수면에는 누구보다 서로를 아끼는 가족의 포옹이 비치고 있었고, 모두가 잠드는 시간에 가장 거룩한 사랑은 세상이 원하던 아이의 귓가에 들려졌습니다. 더 이상 검은 오리는 괴롭지 않았습니다. 이제 괜찮다고 말해줄 세상의 단 한 존재가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너는 누구보다 우아하게 헤엄을 치는 오리의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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