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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Apr 01. 2023

봄의 습격

당겨진 개화 시기

서울시 곳곳에 벚꽃이 피었다. 수년 전을 기준으로 본다면 대략 2주는 빠른 개화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오늘 4월 1일은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갔다. 당장 지난주까지만 해도 외투가 없이는 밖에 나가는 게 어려웠다. 혹자는 인류 문명이 환경을 변화시킨 대가가 이제 급격하게 몰려올 것이라고 말한다. 


보다시피 거리에는 벌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개체수 자체가 줄어든 것도 있거니와 급변한 개화시기로 인해 갈피를 잡지 못했다. 꼭 총과 칼을 써야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게 아니다. 인류가 스스로를 향해 당긴 방아쇠는 이미 피부 한 층을 뚫고 들어와 뼈를 부술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인류는 자연보다 늦게 출생했으나, 인류가 자연을 윤리적 고려의 대상으로 본 것은 짧은 역사만을 가지고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도구를 손에 쥐기에 인류의 도덕은 유아기적 보행 연습에 머물러있다. 총을 쥔 꼬마아이를 앞에 두고 세계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능력과 자격을 함께 고려하지 않은 우리의 큰 죄라 할 수 있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가장 거대한 이념과 사조는 산술적 가치가 정당화에 있어 최우선적인 근거로 작동해 왔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가 스스로가 되지 않는다면 사피엔스는 한 없이 이기적이고 뻔뻔한 존재가 되는 습성이 있었다. 


윤리는 정신적 쾌락을 만족시키기 위한 자위행위가 아니라 상생과 생존을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던 제동장치이자 나침반이었다. 한 없이 이기적인 우리는 규범을 채워야 이 자기 파괴적인 족쇄로부터 자유해질 수 있었다. 곧 정의나 진리 같은 불분명한 가치에 메여 있어야만 더욱 자유함을 구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르게 찾아온 봄이 직격 했다. 긴 겨울 사이에 들어온 이 주먹을 우리는 피할 수 없었다. 멍이 들고 이빨이 흔들리고 나서야 근시안적 사고로 집을 망친 조상들을 욕하기 시작할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보고는 이미 수년 전에 있었다. 


그보다 더 이전에부터 상당량의 경고가 있어왔다. 환경이 아직 천천히 변할 때에 그 신호를 읽어야 했으나, 자본의 논리에 속아 애써 모른 척 해온 값은 지금 세대의 불행과 그다음세대 전체의 미래로 치르게 되었다. 그러나 당신은 바뀔 생각이 없다. 이미 너무나 많은 이기를 누려왔기에...


우리는 이기적이어서 번창했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쇄락하고 있다. 독을 마신 댓가는 미래에서 끌어다쓴 값을 수 없는 빚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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