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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규김 Jan 08. 2024

요즘 누가 글을 읽지?

  요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작가이거나 작가를 희망하는 사람들 밖에 없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면서도 푸념이 섞인 표현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글을 더 많이 접하게 됐다. 편집자로 취직했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읽고 싶은 글을 마음대로 읽을수는 없지만,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책과 출판업계를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읽고 싶은 글과 사람들이 읽고 싶은 글은 다르다. 이것은 작가로서 글을 쓰면서도 마음에 새기고 있던 말이었지만, 이제는 사뭇 새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읽고 싶어지는 글과 읽기에 좋은 글을 선별하고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업무를 위해서 소통해야하는 작업자만 20명이 넘어가는데 이 중 글작가만 절반을 넘는다. 작가마다 문체도 다르고, 같은 주제에 대한 해석과 관점 역시 상이하다. 지금 내가 하는 편집이 작가 한 사람을 전담하는 일이라면 이들의 색깔을 다 존중해줄 수 있으나, 나는 틀과 통일성을 염두해두고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서 집필진에게는 가슴 아픈 일이겠지만 들어오는 원고 대부분에 칼질과 쟁기질을 해야한다. 가감 없이 나의 일을 하다보면, 나 안에 있는 작가의 자아와 편집자의 자아가 충돌하곤 한다. 그때 만들고 싶은 글과 만들어야 하는 글의 어간에서 갈등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래서 요즘 누가 글을 읽을까? 글을 쓰는 사람, 글로 상품을 만들어야 사람, 다른 사람의 글을 참고하고 싶은 사람. 그러니까 자신의 이해관계와 꿈과 취미 등 여러가지가 글과 얽혀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제는 자발적으로 글을 찾지 않는다.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시대보다 글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독서량과 문해력이 바닥을 기고있는 아이러니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내 글을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에는 내 글을 읽는 사람들과 이 글을 통해 소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한참 후에는 글 자체가 좋아서 이런들 저런들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제는 그저 다 많은 사람들이 글이란 것을 사랑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글이 직업이 되어서가 아니라 글이 주는 이로움이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가 겪는 정서적 결핍과 유대의 문제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글과의 단절이 의미하는 타자와의 단절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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