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의 우려와 격려 속에 편집자로 취직했다. 사회생활의 장은 언제나 새롭게 힘들고 어려운 일 투성이다.
1. 과거에는 작가가 보다 완벽에 가까웠다.
이전 세대의 작가들을 보자. 나름 거장이라 할 만큼 글을 쓰셨던 국내 문호들의 글은 지금처럼 편집자의 손길이 자식을 어루만지는 어미 고양이의 손길처럼 묻어있진 않다. 그때는 워낙 '작가'라는 게 대단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글을 만지는 일이란 상상조차 불허했다.
편집자는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직업이다. 이제는 콘텐츠만 있다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며, 작가가 되려는 사람 또한 많아졌기 때문이다. 편집자는 이때 작가의 콘텐츠를 '책'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이때 책이라 함은 그 내용을 출판 후 유통하여도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초고보다 퇴고에 더 많은 땀방울을 흘리며 글을 만드는 역할을 분담하는 게 내가 잠깐이나마 경험한 편집자의 업무라 할 수 있다.
2. 작가와 편집자의 차이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작가와 편집자는 다른 영역에서 더욱 전문성을 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창의적인 콘텐츠와 기획 능력은 작가를 작가로 만드는 오늘날의 기준이다. 편집자는 교정과 교열에 보다 더 신경을 쓰면서 작품을 제품으로 만들 때 요구되는 디테일을 관리한다.
조금 더 오랜 시간 책상 위에서 골몰해야 하는 일이라면 편집자가 맞겠고, 자신만의 무언가를 기어코 만들고자 하겠다면 작가가 맞겠다. 이렇게 본다는 나는 편집자보다는 작가가 더 적성에 맞는다. 그러나 생계를 위해서 당장 선택을 해야 한다면 편집자를 하겠다.
3. 편집자 일을 배우며
원고를 보는 능력은 편집자 일을 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게 쓸데가 있는 글인가?'라는 생각으로 글에 칼을 대려면 작품이랍시고 애정을 품은 여린 작가의 마음으로는 좀처럼 해낼 수 없다. 혹은 자신의 작품에 대해 병적인 애정을 가지고 완결성을 쫓을 수 있는 작가가 해야 한다. 그러니까 나 같은 새내기 작가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이다.
글의 창의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글을 글답게 만드는 일'은 많이 배우고 있다. 직업으로서는 직장 사람들과 문화가 잘 맞는다면 10년이고 20년이고 눌러앉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행복'에 무게를 둔다면 나는 여지없이 작가를 택할 생각이다.
마치며
글을 정리하면서 결국 나는 수년이 지나기 전에 편집자 일을 정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도 있고, 유익하기도 하지만 글에 애정을 쏟고 싶은 내게는 이 경험을 발판 삼아 '나의 글'을 어떻게든 펴내고 싶다는 마음이 솟아나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얘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 작가에게 있어 편집자와 편집자에게 있어 작가를 알게 된 나는 더 많은 의견을 듣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기회가 되는대로 이 이야기를 더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